이미지 크게보기

―학계 원로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솔직히 처음에는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다만 ‘기업과 정치’ 혹은 ‘경영과 통치’는 다른데 이거 혹시 정치를 경영하는 식으로 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어요. 통치와 경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릅니다. 우선 목적이 다르죠. 경영은 이윤을 추구하지만 통치는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합니다. 의사 형성 과정도 그래요. 경영은 하향식이지만 통치는 아래로부터의 의사 형성이 중요합니다. 기업을 하던 분이어서 혹시 통치와 경영을 착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노무현 시대의 코드인사가 반복되는 느낌이 듭니다. 아는 사람, 써본 사람만 자꾸 쓰니 인사의 틀이 좁아질 수밖에요.”

―왜 그럴까요.

“2년 전 광우병 촛불시위 사태 때 너무 쇼크를 받아서 그때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광우병 촛불시위의 본질은 진보진영이 대선에서 패배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선거 불복종운동’입니다. 그때 정권의 입장에서는 위태위태했어요. 그러니까 겁 먹고 ‘내 사람’만 쓰자 이렇게 된 거예요. 인사 풀이 많이 약화됐고 인맥도 자꾸 좁아졌어요. 이제 정권 후반기인데 이번 인적개혁도 그런 식으로 하면 실패한 정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팁’을 준다면.

“이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은 안된다’고 했던 것은 역사적으로 길게 보면 평가를 받을 겁니다.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하지만 이제 세종시에 대한 집착은 버려야죠. 남은 것은 4대강입니다. 성급하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잘 이끌어가야 합니다. 그나마 역사에 남으려면 4대강이라도 성공시켜야 합니다. 기업 경영 마인드가 아닌 국가 통치적 마인드를 회복해야 합니다. 인사문제에 있어서도 폭넓게 널리 인재를 구해야지 좁은 테두리 안에서 이리저리 옮기는 식으로 해서는 안됩니다. 야당과 박근혜 의원과도 소통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최고 권력자와 직접 만나면 생각이 달라지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