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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 논설위원

이언 워커 영국 워릭대 경제학 교수는 수년 전 흥미로운 공식 하나를 발표했다. 시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방정식이다. ‘V=W×{(100－t)÷100}÷C’. 여기서 V는 1시간의 금전 가치, W는 시간당 임금, t는 세율, C는 생활비다. 이 공식에 따르면 당시 영국에서 평균 1분의 금전적 가치는 남성 180원, 여성 144원으로 계산됐다고 한다. ‘시간은 돈’이라는 벤저민 프랭클린 이래의 명언을 수학 공식을 만들어 입증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국립국어원의 계산도 그에 못지않게 관심을 끈다. 이번에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언어, 곧 문자를 이해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어려운 공공언어 때문에 연간 약 280억원이 낭비된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대민 기관의 행정서식 용어를 개선할 경우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만 연간 약 170억원으로 추산됐다. 어려운 용어를 1년에 1회 이상 접한 국민 총수와 일반 국민이 어려운 용어를 접한 연평균 횟수, 그로 인해 추가로 허비하는 시간, 거기에다 일반 국민의 시간당 평균 임금을 곱해서 날마다 쓰는 어려운 행정용어 때문에 치러야 하는 비용을 계산해낸 것이다. ‘귀책사유’ ‘봉입’ ‘불비’ ‘익일’ 등이 이번 공공언어 비용 분석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행정기관에서 정책 이름으로 너무 낯선 외래어를 사용한 탓에 국민이 이해하는 데 드는 비용이 114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맘프러너’ ‘마이크로크레딧’ ‘바우처’ 등이 그 사례다. 정책 이름만 알기 쉽게 달아도 114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정책을 알리는 데 그만한 비용이 든다면 정부의 경쟁력이 떨어질 건 뻔하다.

그래서 법제처의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은 더 돋보인다. 법령의 한글화, 어려운 용어의 순화, 한글맞춤법 등 어문 규범의 준수,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의 구성, 법령의 체계적 정비를 통한 간결·명확화 사업이다. 최근 개정한 주요 용어는 중서(重敍)→중복수여, 정려(精勵)하다→부지런히 힘쓰다, 상위(相違)없음→다름없음이다. 이 사업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올 6월 말 현재 844건을 국회에 제출, 543건이 통과됐다. 엄청난 국부 낭비를 예방하고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달리 표현하면 ‘국민 행복 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