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금속을 둘러싼 경쟁은 일부 지역에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유혈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6월26일 캐나다에서 개최된 주요8개국(G8) 정상회담은 공동성명에서 희귀금속 한 종류에 대해 특별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상들은 이른바 ‘무스코카 이니셔티브’의 제18항에서 “자원의 불법적 착취와 유통경로가 갈등을 악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정상들이 이처럼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희귀금속은 바로 콜탄. 콜탄에서 채취되는 탄탈룸은 전세계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 배터리 핵심 재료다. 콜탄 최대 생산국은 현재 호주다. 전체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서 생산되는 이른바 ‘피의 콜탄’.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DR콩고의 콜탄 생산량은 전세계의 약 10%. 그러나 매장량은 전 세계의 약 8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콜탄은 반군의 핵심 자금줄이다. 반군 ‘콩고민주회의(RCD)’는 콜탄 생산지를 장악하고 세력을 급속히 확장했다. 콜탄으로 매달 평균 수백만달러 이상의 막대한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진 반군은 이 돈으로 한때 무려 4만여명의 병력을 유지했다.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정부와 반군이 각기 용병까지 끌어들이며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내전을 벌이는 바람에 수백만명이 희생됐다. 반군세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해도, 콜탄의 불법 채굴과 유통은 아직도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피의 콜탄’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이른바 ‘깨끗한 콜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생산된 ‘피의 다이아몬드’ 유통을 막기 위해 2002년부터 ‘킴벌리 프로세스’가 도입됐던 것처럼, 콜탄 경우에도 합법적인 과정으로 채굴 유통된 것만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 29개국이 가입돼 있는 국제기구인 광업투명성이니셔티브(EITI)는 최근 공정유통 감시대상 금속에 콜탄과 주석의 원광인 석석(錫石)을 포함시켰다. 앞으로 이 금속을 구입할 때는 유통업자에게 합법적인 과정을 거쳤다는 증명서를 반드시 요구하도록 한 것.

캐나다 G8정상회담에 참석한 정상들은 “콜탄이 수많은 DR콩고인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면서 “EITI 감시대상에 콜탄이 포함된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환영했다. 아이폰으로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의 애플은 최근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사회적·환경적으로 적절하게 생산된 콜탄만을 사용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