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록문화전시회의 또다른 볼거리는 기록관리산업전이다. 종이·전자·사진 등 기록매체별 시스템과 장비, 시설 등에 대한 민간업체들의 최신 기술과 상품을 선보이는 기록관리산업전에는 국내의 LG CNS 등 민간기업 61개, 미국·일본 등 외국의 13개 등 총 84개 업체에서 출품했다.

기록물은 그 시대의 기술수준을 반영한 기록매체에 수록돼 생산된다. 닥나무를 원료로 제조된 우리나라 한지는 중성지의 특성을 가지며 1000년 이상 보존되는 반면, 근대 유럽에서 생산된 산성지는 100년 정도만 되면 산성화가 진행돼 바스러진다. 산성지로 생산된 기록물로 어려움을 겪었던 유럽에서 원본의 보존매체로 채택된 폴리에스터 기재 마이크로필름의 경우 규정된 현상처리절차에 따라 현상해 적절한 온·습도 조건에서 관리하면 약 500년의 보존수명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하고 고객의 온라인 서비스 요구가 증가하면서 기록물관리도 보존에서 활용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이에 따라 원본 기록물을 스캐닝을 통해 서비스하고 고해상도로 스캐닝된 이미지들은 보존성이 우수한 광디스크 등 전자매체에 대체 보존됐다. 미국 국립표준원(NIST)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CD 및 DVD 등의 보존용 광디스크 수명은 100년 정도이며 자기테이프의 수명은 약 20~30년이다.

국가기록원 보존복원연구과의 남성운 공업연구관은 “IT 기술의 발전으로 대용량 기록물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수록할 수 있는 블루레이 디스크(BD)나 홀로그램 등과 같은 전자매체들이 기존 보존매체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자시대이지만 기존의 보존매체인 마이크로필름을 이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우리 정부가 연간 생산하는 전자기록만 수백만건에 이른다. 이 기록물을 보존연한에 따라 이관 및 폐기대상으로 분류·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바로 LG CNS 주도로 세계 최초로 구축된 전자기록관리시스템이다.

서구 국가들은 중앙부처별로 자율성이 강해 전자결제시스템이 수백 종에 달하며 기록물을 원본 그대로 보존하고 열람하는 관행이 강한 탓에 현재 한국은 전자기록 관리와 종이기록물의 디지털화 기술 등에서 가장 선진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국가기록원은 이에 더해 올림픽 등을 비롯한 국제행사와 국장(國葬) 등의 국가행사 등을 영상장비를 활용해 촬영한 뒤 전자문서 등과 함께 디지털 영상의궤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