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에서 감사베테랑으로 정평난 A씨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특별감찰단 반장으로 임명돼 지난 2월부터 ‘올빼미생활’을 했다. 그는 “감시활동이 강화되자 일부 문제가 된 지자체 공무원들의 행태가 웬만한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함과 뻔뻔함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A씨와 비슷한 경력을 가진 시·도 공무원 200명이 공무원의 선거개입을 막기 위해 지난 4개월간 선거과열지역에서 밀착 감찰을 해왔다. 감찰단원이 적발한 위반사례는 신출귀몰이라는 표현이 아쉽지 않을 수준이었다.

조카인 현직 군의원의 재선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군청의 기획관리실장 B씨. 감찰단이 2주일동안 추적했지만 B씨는 경력만큼이나 노련해 번번이 증거확보에 실패했다. 그런 B씨는 결국 여자문제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기만 해도 군청이나 집으로 들어가 꼼짝도 않던 B씨가 어느 날 여성과 모텔에 들어가다 감찰단에 적발된 것. 그는 마침내 조카의 선거 개입 사실을 순순히 진술했고 감찰단은 광역단체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면장 C씨는 현직군수의 선거를 돕는다는 제보로 감찰 대상에 오른 경우. 감찰단 주변 조사결과 C씨는 승진대상이 아님에도 면장으로 승진, 군수에게 충성을 할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지역사정에 밝은 C씨 역시 감찰반의 추적을 한달여 동안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감찰반은 마침내 C씨가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에 책자를 싣는 것을 보고 1시간여 미행끝에 한 마을회관에서 이장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현장을 덮쳤다. 현장에서 나눠준 책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현직군수의 업적이 빼곡히 적힌 저서였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직시장의 비서실장 D씨는 감찰단원들로부터 ‘속도광’이란 별명을 얻고 있다. 그는 감찰단에게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시내를 주행하다가도 고속도로로 진입하는가 하면, 시내에서 시속 130㎞로 질주하며 감찰단 차량 2대를 따돌렸다. 감찰단은 D씨가 현직 시장의 선거사무소 근처에서 선거운동원과 만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으나 결정적인 증거 확보를 하지 못했다.

행안부는 4개월동안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특별감찰 활동을 통해 74건을 적발해 선관위와 경찰에 통보했다.

최명식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