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천안함 침몰 사건의 주범으로 국제적 낙인이 찍혔지만 중국은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중국도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만났을 때 이실직고(以實直告)하지 않은 점에 대해 중국은 상당한 불쾌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31일 일본에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을 하고 6월1일 중국으로 돌아가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와 천안함 사건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원 총리와의 단독회담에서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해 100분에 걸쳐 입체적으로 설명한 바 있어 이것이 중국 지도부의 인식 변화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중국은 또 입장 정리하기에 앞서 ‘피의자 진술’ 차원에서 북한의 의견을 다시 듣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천안함이 북한 소행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경청’하기보다는 지난 3~7일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이 후 주석에게 “천안함 침몰과 북한은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후 주석과 중국 지도부는 한국의 민군합동조사단이 북한 소행임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북한에 대해 불쾌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처음엔 북한 편을 드는 듯했던 중국의 태도가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다소 달라진 것은 중국 지도부가 북한에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6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하는 자리에서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실망감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클린턴 장관은 “김 위원장이 후 주석에게 했던 주장을 뒤엎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자 중국 측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기존의 입장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무척 고심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는 취지의 얘기가 오갔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