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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비(28)는 언제나 테크닉과 고음의 대명사였다. 머라이어 캐리의 음악도 별 것 없다는 듯 단숨에 치고 올라가는 그의 가창력은 국내 R&B의 자존심을 지키는 상징이었다. 19세 나이에 ‘라이(Lie)’로 데뷔한 그는 여러 노래를 통해 가창의 숱한 기교와 표현을 가르치듯 노래했다. 그러던 그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아 발매한 7집 ‘화요비’에서 싹 변했다. 3옥타브를 치는 고음은 발견하기도 어렵고, 파도치듯 굴곡있는 다면체 해석의 맛깔스러움도 느낄 수 없다. 그는 겉옷과 액세서리를 모두 벗고, 속옷만 남긴 채 자신의 살 내음을 다시 맡기 시작했다.

“전 원래 한음만 불러도 필(Feel)이 딱 오는 그런 느낌의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국내 트렌드 시장에 맞추다보니 기교 위주의 음악을 주로 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엔 작정하고 고음과 한국형 발라드 창법에서 많이 벗어나려고 노력했죠.”

어떤 이들은 창법의 변화로 몇 년 전 받은 성대결절 수술때문에 예전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화요비는 “그건 절대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고음 여부가 가창력의 척도로 삼는 청취자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 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은 4집 이후의 곡들이다. 트렌드를 좇되, 가창의 변화를 조금씩 이어간 흔적들이 수록곡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어느날 운전하면서 양희은 선배의 노래를 듣게 됐는데, 가사를 정확하게 부르더라고요. 고음이 아니어도 정확한 발음만으로 가슴에 꽂힐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그때 가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4집부터 그런 변화들을 조금씩 투영하기 시작했어요.”

새 음반은 자그마한 변화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일으킨 ‘혁명의 물결’이 물씬 풍기는 결과물이다. 주로 느린 템포의 발라드를 통해 꾸미고 덧칠하던 기교의 습관에서 벗어나 미디엄템포 리듬 위에서 중저음을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패턴의 변화가 물씬 한껏 드러난다. 멜로디는 쉽고, 리듬은 세련된 메리제이블라이즈 식의 네오 솔인 셈.

“일반인들에겐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제겐 저만의 느낌이 있는 솔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수록곡이 미디엄템포고 힙합 베이스의 거칠지 않는 비트감…. 제가 추구하려는 음악적 방향에 가장 근접하면서 가장 깊이 보여준 음반인 것 같아요.”

타이틀곡 ‘바이 바이 바이(Bye Bye Bye)’는 7집의 변화된 음악적 특징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한번의 청취만으로도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일품이다. 이 곡에서의 그의 중저음은 빛깔, 맛깔, 때깔 등 3색의 마력(魔力)을 등에 업고 진득하게 질주한다. 화요비는 이 곡을 포함해 10곡 중 6곡을 작사·작곡했다.

데뷔 10년차. 소회를 물었더니, 달라진 음악 색깔만큼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가수로서 패러독스(역설)한 면이 없었어요. 팬들이 부모처럼 절 캐어하는 느낌으로 살아왔어요. 제가 다른 것에는 소심한 편인데, 음악적으로는 소심하지 않아야할 것 같다는 다짐도 많이 해요. 팬에 구속되지 않고 팬을 이끌어가고 싶어요. 그래서 제 생각을 담은 음악을 계속 할 생각이에요. 이 음반이 앞으로 10년을 위해서도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죠.”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
사진=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