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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세계적 차원의 냉전체제 수립과 맞물리면서 그 이전 어느 전쟁보다 이념적 성격이 강조된 전쟁이었다. 이에 따라 유엔군과 공산군 모두 전쟁기간 내내 이념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심리전과 선전전을 중시했다.

대한민국기록관 내 전쟁코너에 출품된 ‘안전통행증’ 등 정선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 소장 남북한 전단(삐라) 3건과 합참 심리전단 소장 기록인 ‘전쟁 전단 제작계획서 및 전쟁 전단’ 등은 당시 심리전의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방법이었던 삐라 살포를 통한 남북한과 유엔군의 심리전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양영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심리전은 미 극동군사령부와 제8군사령부에 의해 수행됐다.

한국군 정훈이나 선무공작 관련부서에서도 유엔군과 별개로 독자적인 심리전을 수행했으며 부분적으로는 미 제8군의 심리전에 참여해 활동하기도 했다.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이 미군에 한반도 출동명령을 내린 뒤 24시간 이내에 이미 최초의 전단이 북한군 지상에 투하될 정도로 미군은 전투 못지않게 심리전에도 역량을 기울였다.

한 미군보고서는 인천상륙작전 직후 북한군이 퇴각할 때 500만개 이상의 전단이 살포됐고 이 전단으로 인해 포로 가운데 16%가 투항을 결심했다고 전하고 있다. 전쟁 전(全) 기간 중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들의 약 70%가 심리전 매체에 영향을 받았으며 그 중에서도 삐라 살포가 매우 큰 효과를 나타냈다는 보고도 있다.

양 연구원은 “한국전 발발 이후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유엔군이 북한지역과 북한·중공군에게 살포한 삐라만 약 40억장 정도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이는 한반도 전체를 수십 번 덮을 수 있는 수량이자 당시 공산군 규모를 대략 200만명 정도로 추산할 때 전쟁기간 내내 매일 거의 2장 정도의 삐라가 공산군 병사에게 배달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1951년 7월 전선이 교착된 이후 더욱 체계적인 계획에 의해 많은 양의 전단이 살포됐다. 이 무렵 일본 도쿄(東京)와 서울에서 인쇄된 전략·전술 삐라는 하루 평균 200만장에 달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시리즈 관련 전문연구자 자료 분석 원문

■ 남북한과 미군의 삐라 등을 통해 본 한국전쟁 시 남북심리전

양영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

6.25전쟁은 전 세계적 차원의 냉전체제 수립과 맞물리면서 그 이전 어느 전쟁보다 이념적 성격이 강조된 전쟁이었다. 따라서 유엔군과 공산군 양측 모두가 전쟁기간 내내 이념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심리전과 선전전을 대단히 중시했다.

국군과 유엔군이 운용한 심리전 형태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라디오방송이나 지상 및 공중 확성기, 공중 및 지상 삐라 살포 등이 주종이었으나 그중에서도 전단(삐라) 살포가 가장 대표적인 형태였다. 전단 살포는 유엔군 심리전의 주된 형태였을 뿐만 아니라 매우 중요한 전쟁 수단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심리전은 미 극동군사령부와 미 제8군사령부에 의해 각각 전략 심리전과 전술 심리전의 형태로 수행되었으며, 한국군 정훈이나 선무공작 관련부서에도 유엔군과 별개로 독자적으로 심리전을 수행했으나 부분적으로는 미 제8군의 심리전에 참여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미군의 심리전은 트루먼 미 대통령이 미군에게 한반도 출동명령을 내린 후 24기간 이내에 이미 최초의 전단이 북한군 지상에 투하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리고 48시간 이내에 심리전 방송이 시작되었고, 적 전선 및 후방 주민들에 대하여 강력한 선전방송을 실시하였다. 전쟁 발발 1개월도 되기 전에 미 육군부는 야전심리작전을 위한 새로운 부대편성을 승인하고 새로운 복안으로 심리전부대를 창설하였다. 그것은 전략선전지원부대와 전술선전지원부대였다.

이에 새로 창설된 극동군총사령부 예하 심리전부는 라디오와 전단을 제작 살포할 수 있게 편성되어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전략심리전을 담당하였다. 그 후 선무중대가 창설되면서 전술심리전도 담당하게 되었다. 극동군사령부는 전투가 벌어진 후 몇 달이 안되어 24개조의 확성기반을 편성하여 일선부대와 함께 작전에 투입하였다.

당시 초기부터 유엔군의 전단은 공산군이 투항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이 드러났다. 한 미군보고서에 의하면, 인천상륙작전 직후 북한군이 퇴각할 때 500만매 이상의 전단이 살포되었고, 그 전단으로 인해 포로가운데 16%가 투항을 결심했다고 집계되었다. 전쟁 전 기간을 통해서 보면 효과는 그보다 더욱 컸다.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들은 약 70%가 심리전 매체에 영향을 받았으며, 그 중에서도 전단 살포는 매우 큰 효과를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기간 유엔군의 전단사용 규모는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하였던 많은 양이었다. 유엔군은 전쟁 발발 이후부터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약 40억 장 가량의 전단을 북한지역과 북한, 중공군에게 살포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러한 수치는 당시 공산군 규모를 대략 20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면 전쟁기간 내내 하루 거의 2장 정도의 전단이 공산군 병사들에게 배달되었음을 의미하고 또 그것은 한반도 전부를 수십 번 덮을 수 있는 수량이었다.

유엔군의 전단은 주로 공산군의 투항을 권유한다든지 사기저하와 전의 상실을 유도하는 것이 많았으며, 자유민주주의의 정치 이념적 우월성을 부각하는 내용도 다수를 점하고 있었다.

전단 살포는 공중 살포와 지상 살포의 형태가 있었다. 전쟁초기 공중에서의 전단 살포는 상자에 전단을 넣어 약 500피트 저고도 상공에서 투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이러한 방법은 위험하기도 했고 목표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한 문제가 있어, 1951년 5월부터는 두꺼운 종이에 싸서 높은 고도에서 투하하는 방법으로 변경되었다. 지상살포는 주로 전선의 각 군단 및 사단이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105미리 포탄에 직접 전단을 넣은 포탄전단이 개발되어 사용되었다.

1951년 7월 이후 전선이 교착상태로 들어서면서 심리전은 무력과 병행된 하나의 본격적인 작전으로 실시되었다. 미 극동군사령부에 새로 배속된 심리전 부대들이 한국전선에 투입되어 심리전을 확대하였다. 이 무렵부터 동경과 서울에서 인쇄되는 전략 또는 전술 전단은 하루 평균 200만매에 달하였으며, 이 전단은 곧 북한지역의 전선 상공에 살포되었다.

미 극동군사령부가 제작한 가장 대표적인 전단으로는 <자유세계 주간신보>와 <안전보장증명서>였다. 매주 정기적으로 배포되는 자유세계 주간신보는 보도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가장 유용한 뉴스 소식지 형태로 소개하였으며 주로 정치 이데올로기적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안전보장증명서는 당시 가장 광범하게 살포된 전단이었으며 공산군의 투항을 권고하고 포로들에 대한 좋은 대우를 약속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안전보장증명서와 포로에 대한 인간적 대우를 주제로 한 전단은 공산군 병사들의 투항시키는 데 특별한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당시 공산군 포로들은 유엔군 쪽으로 투항하는데 안전보장증명서나 탈주할 때 안전한 경로를 보여주는 전단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했으며, 오히려 식량, 옷 담배 등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약속하는 전단은 별 효과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공중투하 및 포탄으로서 적에게 전달되는 아군의 전단은 글과 그림의 형식을 넣어 작성하여 적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아군의 목적을 부합되도록 만들어졌다. 포로심문조서에 의하면 적군에게 심리전을 적극 실시함으로써 공산군 병사들이 투항하게 됨에 따라 부대내부에 있어서 사기가 극도로 저하되었음이 드러났다. 적은 장기간에 걸쳐 주저항선에 위치해 있었으며 육체적으로 피로해 있었다. 아군의 심리전반은 재빠르게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여 그 상황에 맞는 목표를 제시했다. 귀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포로들의 사진을 전단에 게재하고 유엔군에 의해 좋은 대우를 받고 있음을 선전하였다. 최초 중공군이 귀순한 후 수 천매의 전단을 중국군 연대에 살포하고 포로에 대한 아군의 좋은 대우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였다.

이외 전단의 기본적인 주제들은 대부분 적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내용이나 향수를 자극한다든지, 투항을 호소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개인 신상의 이해관계를 자극하는 내용이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정치 이념 공세, 대민 선전 선동, 그리고 홍보 등의 순이었다.

유엔군은 북한군 조종사가 MIG-25를 몰고 귀순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심리전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북한군의 조종사가 유엔군사령부로 인도됨으로써 십만 달러의 상금을 주었으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여 공산군 조종사들의 탈출을 선동하였다. 현상금의 제안은 전단 및 방송을 통하여 전쟁말기까지 계속되었다. 유엔군의 선전활동으로 인해 공산군지휘부는 어쩔수 없이 조종사들에 대한 신원조사를 엄격히 실시하였으며 열성 공산주의자에 한해 비행을 허락하는 등 작전에 많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전단은 군인들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해서도 대거 투하되었다. 예를 들면, 수도서울을 탈환하고 난 뒤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그 소식을 전하여 사기를 북돋워주거나, 게릴라 토벌작전 지역에서는 민간인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들에 관해서 메모하여 투하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단 살포는 민간인들에게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군도 전쟁기간 유엔군과 별개로 독자적으로 심리전을 수행하였으며 때때로 미군과 합동으로 심리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한국군은 전쟁초기 수원으로 철수하여 처음으로 심리전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때부터 한국군은 전단을 제작하고 정찰기로 서울지역에 살포하기 시작했다. 국군은 그 후 선전활동을 계속 확대하여 항공기로 전단을 뿌리는 한편 정부 주도하에 도시근처에서 방황하는 피난민의 조치가 시급함을 고려하여 우선 가두 벽보선전을 수시로 전개하였다. 대전에서부터는 정훈국이 국가총력전을 수행하기 위한 선전전을 가장 중심적으로 활동하였다.

한국군의 심리전이 공세적인 심리전으로 전환한 것은 낙동강방어선에서부터였으며, 심리전이 중대한 과제로 대두된 것은 서울을 탈화하고 파죽지세로 북진공격을 시작했던 시기부터였다. 무력전에서 승리한 국군은 갑자기 광대한 수복지구를 갖게 되면서 어떠한 적성지역에서도 그곳에 정착하고 있던 주민들에 대하여 강력하고도 계획저인 선무 심리전 활동을 실시해야만 했다.

이때 정훈국은 대적 선전대를 편성하여 이들이 전선을 돌아다니며 적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였으며, 심리전 전담부대인 772 및 773부대를 창설하여 대적 심리전 활동을 강화하였다. 이들은 미 심리전부대와 합동작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한국군의 심리전 활동으로는 특히 지리산지구 공비토벌작전 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었다. 작전기간 동안 천만장 이상의 전단이 살포되었으며 한국군 확성기 방송조가 동원되어 전투부대들을 지원하였다. 이 심리전으로 인해 많은 공비들이 자진 투항하였음이 입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