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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하숙집 역할을 하고 정상화되면 친정인 기업은행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우리 본연의 임무입니다.”

현병택(56·사진) IBK캐피탈 대표이사는 7일 IBK캐피탈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시중은행들도 돈줄이 말라 발을 동동 구르던 지난 2008년 11월 30년간 몸담았던 기업은행을 떠나 자회사인 IBK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여신전문금융업계는 유동성 부족과 건전성 위기로 비상상황이었다.

현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무딘 부리를 잘라내고 무거워진 깃털을 갈아 다시 태어나는 매’를 예로 들며 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조직을 과감히 개편하고 사무실도 통폐합했다. 급여 반납과 삭감도 이뤄졌다. 그는 “위기극복을 위해 조직원간 소통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워크숍이나 저녁식사 자리에서 직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고통분담을 위한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IBK캐피탈은 임직원의 뼈를 깎는 노력 덕분에 금융위기 속에서도 탄탄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2008년 114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에는 207억원으로 82%나 껑충 뛰었다. 대주주인 기업은행의 800억원 증자를 이끌어낸 덕분에 자본금은 94%가 증가했고, 반대로 1개월 이상 연체율은 6.34%에서 3.92%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1분기(1~3월)에만 1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최근 신용평가회사인 한신정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IBK캐피탈 회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현 대표는 IBK캐피탈 본연의 임무를 은행과 연계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회사이니 현장에 자주 나가 거래처 직원들도 만나고 현안도 듣는다”며 “올해는 기업은행과 본격적인 시너지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IBK캐피탈은 지난해 안산·인천 지점을 개설한 데 이어 올 4월에는 천안·광주·대구·창원 지점을 열어 전국에 총 9개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점망 구축을 통해 기업은행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 실제로 지역 내 기업은행 퇴직지점장 출신을 지역전문가로 채용하는 지역전문가제도를 도입해 우량 중소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중소기업 전문 캐피탈사라는 특성을 살려 관련 상품과 프로그램 개발에도 열심이다. IBK캐피탈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벤처업체들에 원금상환 유예, 금리완화 혜택을 주는 ‘비바 벤처 2010’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또 여신전문업체들 중 최초로 가계 및 기업대출 고객에게 연체이자를 깎아주고 금리를 인하해 주는 ‘골드트랙’도 시행하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19번이나 완주할 정도로 도전을 즐기는 현 대표는 올해 IBK캐피탈의 슬로건을 ‘꿈과 희망을 노래하자’로 정했다고 한다. 그는 “기업은행과의 시너지 영업을 통해 중소기업대출이 여신전문금융업계의 블루오션이 되도록 육성하고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장악한 서민금융시장을 국내 금융으로 대체하도록 IBK캐피탈의 ‘휴우론’과 같은 서민금융상품 판매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