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환갑을 맞은 가왕(歌王) 조용필(60)은 “60세라는 걸 느끼지 않는다”며 껄껄 웃었다. 데뷔 초창기때 60세 넘어서 무대에 설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그는 지금 나이 보다 무대가 더 고민이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공연 구성을 얘기할 때, 극비리에 부쳐진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얘기할 때, 지난 공연의 에피소드를 얘기할 때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번 공연이 야외잖아요. 규모가 다르니,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문제가 없어요. 발광다이오드(LED)도 요소요소 다 바뀌는데, 아마 국내 LED는 다 써야할 판이죠.”

5월28~2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사랑콘서트―러브 인 러브’란 제목의 콘서트를 여는 그가 무대 구성의 요소요소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1급 비밀’인 공연의 하이라이트 ‘무빙 스테이지’에 대한 설명까지 끝낸 그는 “더이상 얘기하면 재미없다”며 다시 활짝 웃었다.

“소리를 1~10으로 봤을때, 누구든지 다 들을 수 있게 하려면 5, 6 정도가 좋아요. 그래서 이번 무대도 그런 쪽에 신경을 많이 쓰죠. 특히 무대 자체는 테크닉쪽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도입했죠. 그렇게 하면 관객이 하나로 몰입해서 보지 않겠어요 가수는 그런 과정을 통해 보람을 느끼게 돼요.”

식상한 패턴을 싫어하는 조용필은 음반이든 무대든 ‘새로운 시도’가 아니면 ‘죽어있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때문에 무대는 늘 진보의 이름을 달고 누구 보다 앞서갔다. 그는 또 리얼 연주 등 ‘날 것’을 음악적 능력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립싱크를 하지 않는 것, 컴퓨터 음악에 기대지 않는 것 등이 그걸 오롯이 증명한다.

“매일 똑같은 무대와 레퍼토리는 가수의 생명력을 단축시켜요. 그래서 매일 바꿔주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에요. 리얼 연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제가 예전에 딱 한번 예술의전당 콘서트에서 반 키 낮춰 불러 본 적이 있는데, 다시는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부르는 맛도 없고 무엇보다 만족이 안돼요.”

그는 음정을 낮춰 부를 바에야 은퇴가 낫다고 했다. ‘은퇴’라는 표현을 처음 쓴 그는 “만약 은퇴하더라도 그 의미는 노래를 그만둔다는 뜻이지 음악을 그만둔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제 성격 자체가 두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는 타입이라, 계속 얘기돼 오던 뮤지컬이나 후배 양성 같은 일은 은퇴 이후의 일이 될 것 같아요. 그러나 이번 공연처럼 의미있는 공연들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매년 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조용필은 올 가을부터 새 브랜드를 달고 지난해 신종 플루 여파로 연기한 3개 도시를 포함, 모두 8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 공연 얘기에 또 강한 눈빛을 드리운 그는 영락없이 타고난 무대 체질의 슈퍼스타였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