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물 위로 드러난 함미 민간 해난구조 요원들과 해군 해난구조대원들이 12일 오후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 함미를 연안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백령도 =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바로 저~기 있는데, 내 눈에 보이는데, 당장 건져 올릴 수 없다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이 아팠다.”

13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2함대 사령부. 전날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미(艦尾)의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시 가라앉는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봐야 했던 실종자 김종헌(34) 중사의 가족 최수동씨는 밤잠을 이루지 못한 듯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답답한 심경을 토해냈다. 최씨는 “함미 부분이 드러나 곧바로 실종자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니 답답한 마음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처럼 12일 오후 천안함 함미 인양 작업을 지켜봤던 실종 승조원 가족들도 모두 한결같았다. 기상악화에 대비, 시신 유출 위험에도 불구하고 함미를 수심이 앝은 곳으로 옮긴다는 계획에 동의했지만 막상 함미의 윗 부분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가족들은 크게 동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 가족들에 따르면 천안함 침몰 18일째인 12일 오후 함미 일부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TV를 지켜보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배가 올라왔다”, “포탑이 보인다”며 탄성을 터뜨렸다. “우리 아들이 저기 있는데…”, “저 추운 바닷속에서 얼마나 추울까” 하는 한탄과 함께 TV 앞은 순간 눈물과 흐느낌의 장으로 뒤바뀌었다.

특히 연돌(가스배출용 연통)이 통째로 사라지는 등 예상보다 심하게 파손된 함미의 모습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함체 표면도 거친 파도와 물살에 쓸려서인지 더욱 초라하게 보였던 것이다.

망가진 함체의 모습에 실종자 안동엽(23) 상병의 아버지 시영(58)씨는 “연돌이 다 날아가고 갑판 옆 문짝도 없어졌다”며 “그 단단한 배가 그 정도인데 그 안에 있는 우리 애들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폭발이 엄청 심하게 있었던 것 같고 배 아랫부분은 산산조각났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안전을 위해 인양업체가 수면 위로 잠시 올라왔던 함미를 다시 바닷속으로 가라앉히자 실종자 가족들은 다시 한 번 울음을 삼켜야 했다. 서승원 하사의 아버지 천석씨는 “인양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는데 갑작스레 올라오니 심장이 떨렸다”며 “가족의 마음으로는 안되는 걸 알지만 저 바다 깊숙한 25m 밑으로 다시 가라앉는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함미를 수면 위에서 볼 가능성은 희박했다. 함미에 연결해야 할 두 번째 쇠사슬의 연결 작업이 며칠째 지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양팀은 두 번째 쇠사슬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고 풍랑주의보가 예보된 상황에서 인양업체 대표는 수심이 얕은 곳으로 함미를 이동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양 작업 재개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실종자 가족들은 10여분 간 긴급 가족회의를 열어 함미 이동 결정을 내렸다. 이창기 원사의 매형 이광우씨는 “빨리 끌어올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바람이 없다”며 “어제 결정에 동의한 것은 물속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하루 빨리 수습이 이뤄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평택 =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