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정부내에서 6개월내 조기총선안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중심추’의 부재로 반정부 세력과의 중재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은 더이상 예전처럼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군부도 지난 주말 반정부 시위대 진압 실패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이 때문에 태국에서는 이른바‘게임의 룰’과 민주적 절차는 무시되고 모든 것을 물리력으로만 해결하려는 고질적 악순환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 예전같지 않은 ‘군부의 힘’ = 지난 주말 반정부 시위대 격퇴에 실패한 후 태국 군부 지도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위대 해산에 실패하면서 강력한 파워조직인 군부로서는 상당히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11일 “태국 군부의 침묵은 전역에 걸쳐 교착상태가 팽배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태국 군부는 18번의 쿠데타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루어왔다. 위기 때마다 군부가 문제를 해결해온 것이다. 특히 2008년 반(反) 탁신파 중심의 ‘옐로 셔츠’ 시위 때도 중립 입장을 취하다 막판에 푸미폰 국왕과 함께 반탁신파의 손을 들어줘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다. 군부가 어느 쪽에 서느냐는 그만큼 태국 정국 향배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 ‘살아있는 부처’의 침묵 =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데도 ‘살아있는 부처’로 통하는 푸미폰 태국 국왕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 고열과 식욕부진 등의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후 퇴원했지만 여전히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그는 이때를 기점으로 대외활동을 전면중단하고 있다. 이번 유혈 사태 직후 반정부 시위대가 “추가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국왕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