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선고를 받으면서 검찰이 새롭게 제기한 불법자금 수수 의혹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기동 부장검사)는 경기도 고양에 있는 건설업체 H사 대표 한모씨(49)가 한 전 총리에게 수억 원의 불법자금을 건넸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9일 이 사건을 “흔들림 없이 수사할 것”이라거나 “부패 범죄에 대한 수사는 검찰 본연의 임무”라며 “앞으로도 중단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히는 등 전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완벽한 무죄선고를 받은데다 선고 전날 실시한 압수수색 등으로 별건수사 논란마저 불거져 검찰 수사가 제대로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모씨와 H사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한 뒤 혐의가 구체화되는 대로 한 전 총리의 소환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6·2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둔 가운데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한 전 총리로서는 소환 요구 등 검찰의 수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 전 총리는 이날 1심 무죄 선고 직후 “한명숙 죽이기가 다시 시작됐다”며 “있는 힘을 다해 끝까지 싸워 승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한 전 총리는 뇌물수수 혐의 수사 때도 검찰이 지난해 12월 18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까지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더구나 한 전 총리는 대한통운 곽영욱 전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받아 그를 수사했던 검찰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씨가 다른 것도 아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돈을 줬다는 한씨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무죄에는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법원이 판단한 곽 전 사장 진술이 가장 큰 몫을 한 만큼 흔들릴 수 없는 증거가 없는 한 한씨의 진술만 믿고 수사를 벌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씨를 몇 차례 소환해 한 전 총리에게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표적수사에 이어 별건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사를 강행하더라도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