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자들을 잇따라 사살하고 있는 것이 무인항공기의 ‘빛’이라면, 무고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그림자’에 해당한다. 지난해 5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파키스탄 탈레반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를 사살하기 위해 감행했던 무인항공기 공격은 16번이나 된다.

이처럼 16번 공격을 감행하는 동안 사망한 민간인 수는 대략 207∼321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간인 희생 증가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무인항공기를 포기할 태세가 아니다. 지난 2009년 파키스탄에서 미군이나 CIA가 무인항공기 공격을 감행한 것은 55건이다. 이는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보다도 2배나 많은 것이라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올해도 벌써 무인항공기로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자들의 은신처로 의심되는 곳을 수십번 공격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네시어스는 올해 미군 등의 무인항공기 공격은 100건을 넘을 것으로 계산했다.

무인항공기는 대(對)테러전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라고 리온 파네타 CIA 국장이 말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현재 미군의 해외군사작전에서 무인항공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워싱턴에 있는 국제전력센터 토머스 샌더슨은 “무인항공기는 오바마가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는 무인항공기 사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인항공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필요하다면 전임 부시 행정부에서 도입된 테러전 수행 방법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무인항공기 사용은 더 많이 늘었고, 그에 따라 민간인 피해도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도 아직 폐쇄되지 않았고, 테러용의자들을 민간법정에 이송하는 것도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고 편안한 사무실에 앉아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반군을 사살할 수 있다는 것은 생명경시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리모컨 전사들의 작업을 ‘비디오 게임’에 비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미군 측은 “지상전과 똑같은 전투규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작전시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제1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