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이 21일 하원 표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추진사업인 의료보험개혁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미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다. 길게는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 선거전에서 전국민 의료보험 혜택을 공약을 내건 뒤 100년 만에 미 정치권의 숙원을 달성한 셈이고, 짧게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모험이 성공한 셈이다.

◆ 법안 통과의 의미 =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 명운을 걸고 의보개혁에 도전했다. 지난해 11월7일 하원에서 첫 의보개혁법안이 통과됐을 때, 비교적 순탄하게 의보개혁법안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특히 진통을 거듭했던 상원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해 12월24일 법안을 통과시키자 사실상 모든 게 끝난 것으로 간주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 2월안에 상하원 단일안을 만들어 최종 법안에 서명할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이같은 기대가 허물어진 것은 올 1월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후보가 낙선하면서부터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수 있는 60석 의석 유지에 실패, 의보법안은 물건너가는 듯 보였다. 일부에선 올해 최종 통과가 힘들 것이란 추측도 내놓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집념은 이때부터 빛났다. 반대하는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설득했고, 공화당지도부와 7시간 마라톤 토론을 벌이는 등 의보개혁에 올인했다. 인도네시아와 호주 방문을 두번씩 연기하면서 의보개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의사당을 찾아 민주당의원들에게 직접 호소했고, 마지막 저항군이었던 낙태반대론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백악관이 직접 나섰다. 이 때문에 의보개혁법안의 통과는 기획·연출·주연이 모두 오바마 대통령이었던 셈이다.

◆ 향후 절차 및 법안의 주요 내용 = 의보개혁법안은 어려운 과정만큼이나 법안도 복잡하다. 이날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두 가지. 하나는 지난해 12월24일 통과한 상원법안이고, 다른 하나는 상하원 조정법안이다. 공화당의 반대를 물리치고 법안을 통과시키려다 보니 투표절차도 복잡하고, 내용도 헷갈린다. 결과적으로 미 전역에 적용될 법안은 조정법안인데, 이는 아직 최종 통과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상원법안이 통과됨으로써 의보개혁법안 자체는 역사적으로 처음 도입됐다. 다음주중 상원의 투표를 한번 더 거쳐 내용을 조정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