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에서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은 지난해 11월말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인한 북한 체제의 안정성이 무너진다는 사실에 근거해 제시되고 있다.

김영수(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19일 강원 양양군 손양면 대명리조트 솔비치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로 열린 ‘남북관계 전문가 초청 대토론회’에서 이같은 근거를 ‘북한 공권력과 공적 시스템에 이상징후가 발생할 가능성’에 뒀다. 김 교수는 이날 ‘현 시기 북한체제 불안정성-분석과 전망’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현재 북한에서 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정보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민의식이 변화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내부에서 “‘토대’와 ‘성분’ 중심의 체제 작동원리가 동요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고비용 구조가 확산되는 의미있는 변화가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 북한은 “불법행위와 범죄가 더욱 늘어나고, 북미·남북관계에서도 대치와 경색, 긴장고조 등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오는 4~6월 춘궁기에는 최소 50만t의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당국이 시장통제를 완화, 시장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특히 “북한은 중국 지원도 여의치 않고 남측으로부터 지원 가능성도 희박할 경우에는 한국에 대한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유호열(북한학) 고려대 교수도 북 체제의 급격한 불안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올해도 벼랑끝 외교와 전통적 기만 전술을 구사할 것인데, 미국과의 대립이 격화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후계구도 역시 급변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0 남북정상회담-추진전략과 과제’ 주제발표에서 “3차 정상회담은 한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대신, 북한의 단기 이익을 선별적으로 배려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3차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근본적 전환을 시작하는 전략적 대타결 ▲남북의 단기 이익 충족을 위한 전술적 이벤트 ▲전략적 대타결과 전술적 이벤트 결합 등 세가지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구분한 뒤 지난해 10월 남북이 싱가포르 회동에서 잠정 합의한 방식은 전술적 이벤트에 근접한다고 규정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