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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시중 통화량 흡수를 위해 발행하는 통안증권을 외국인들이 채권투자용으로 쓸어담으면서 한은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환차익과 금리 하락을 겨냥한 단기자금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돼 향후 금리인상 시점에서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9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이 올들어 18일까지 입찰과 매매를 통해 순매수한 통안증권 규모는 11조6335억원으로 전체 순매수 27조5392억원의 42.2%를 차지했다. 반면 통안증권의 최대 고객이던 은행의 순매수 비중은 35.8%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에 밀렸다.

통안증권의 외국인 순매수 비중은 지난 2006년 1.6%에 불과했으나 ▲2007년 15.5% ▲2008년 22.0% ▲2009년 21.7%로 증가 추세를 보였고, 올해 들어서는 40%선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월별로는 지난해 12월 23.4%에서 올해 1월 34.3%, 2월 43.7%에 이어 3월(1~18일)에는 53.9%까지 치솟았다. 발행·거래되는 물량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면서 외국인이 사실상 통안증권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외국인이 통안증권을 매집하는 이유는 지난해 5월부터 국채와 통안증권에 대해 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외국인의 국채 순매수 규모도 5조732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채·회사채·특수채 등은 거의 늘리지 않았다.

외국인의 통안증권 보유 확대는 통화조절 비용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한은의 부담으로 연결된다. 외국인이 외환시장에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 통안증권을 매수하면 한은은 반대로 통안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외화를 매입하게 된다.

하지만 외화의 운용수익이 대체로 통안증권 이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통안증권의 발행 증가는 결국 한은의 수지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이 단기자금 위주로 구성돼 있고, 국내외 금리차를 노린 ‘캐리 트레이드’ 비중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온 단기자금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며 “외국인이 단기채보다는 장기채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