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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파키스탄이 16일 터키에서 지난 수년간 지연됐던 천연가스관 건설을 내년부터 시작하기로 서명했다. 이에 따라 대테러전 동맹국인 파키스탄과 미 정부간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이 가스관은 이란 파르스와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신디를 연결하게 된다. 파키스탄은 이 가스관이 이란의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압둘 바시트 외무부 대변인은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합법적인 경제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건설 작업은 내년부터 시작해 2014년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지난해 6월에 이 협정을 최초로 체결하고, 9월에 향후 25년 동안 이란이 파키스탄에 하루에 약 2123만㎥의 가스를 제공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70억달러를 들여 인도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까지 2700㎞를 잇는 대규모 건설작업이다. 2001년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전운이 감돌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 가스관을 통해 긴장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평화의 파이프라인’이라고 부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인도는 이 계획을 지난해 포기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대(對) 이란 경제제재를 추진하는 미국의 압박이 중도 포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신 미국은 인도와의 핵협정에 서명해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인 인도가 34년 만에 국제사회와 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당근을 제공했다.

미국은 그동안 파키스탄이 가스관 건설을 계속 추진할 경우 경제제재를 하겠다고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경고했었다.

또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파키스탄 탈레반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도에 했던 것과 비슷한 제안을 파키스탄에 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란 대신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를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을 대안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도 아프간 탈레반 등으로 인해 보류 중인 상태다. 미국은 이란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이나 국가에 대해 연간 2000만달러 이상의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