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0여년 동안 ‘011’ 이동통신 식별번호를 써온 직장인 김모(43)씨. 그는 최근 스마트폰 구입을 위해 대리점을 찾았다가 ‘011을 버리고 010을 써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빈손으로 돌아섰다. 시중에 판매되는 스마트폰은 모두 3세대(G) 이통만 지원한다. 문제는 정부의 010 번호통합 정책상 011·016 등과 같은 기존 01× 번호로는 3G에 가입할 수 없다. 15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4년 3G 서비스 도입 후 5년 안에 01× 번호를 모두 회수하고 010으로 강제통합하기로 한 정부의 당초 방침이 2년째 유보된 가운데, 김씨처럼 01× 번호와 스마트폰을 놓고 갈림길에 몰린 사용자 수는 955만6000여명(지난 2월말 현재·전체 대비 19.7%)에 이른다.

당초 010 가입자 비중이 80%에 이르면 나머지 01× 가입자의 010 전환이 ‘쓰나미’처럼 일 것으로 봤던 정부의 예측은 현재 전혀 빗나간 상황이다. 문화일보가 입수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010 번호통합 정책토론회(16일 방송통신위원회 주최)’ 발제문에 따르면 현 추세라면 010 가입자 비중은 오는 2014년에 가야 95%에 이를 전망이다.

방통위는 3년 전(옛 정보통신부 시절) 바뀐 정책기조로 010 가입자 비중이 지난 2월말(80.3%) 80%를 넘어섬에 따라 여론수렴을 거쳐 010 강제통합 여부를 올 6월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01× 사용자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제통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정부·업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번호이동제 도입으로 011과 SK텔레콤(점유율 50.5%) 간의 연결고리가 눈에 띄게 약화됐고, 2003년말 8자리 뒷번호 도입 후 식별번호 하나만으로도 전체 가입자(4857만7000여명)를 능가하는 8000만여개의 전화번호를 지원할 수 있어 더이상 번호자원 고갈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이와관련, 010 전환 후에도 기존 ‘01×’ 번호로 전화를 걸 수 있는 ‘01× 발신번호’ 서비스가 이통 업계의 ‘핫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KT는 아이폰 구입을 희망하는 011 가입자 유치를 염두에 두고 이를 추진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스마트폰 사용을 원하는 01× 가입자의 010 전환을 촉진할 수 있어 과연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할지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