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예상 못한 쾌거를 이룩한 88세대는 누구이며 우리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를 비롯, 모태범, 이상화, 이정수, 이승훈 선수 등이 세계빙상계를 제패하자 전문가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태어난 세대들이 한국인의 유전자를 바꾸고 있다“며 “겁없이 어려움에 도전하며 즐기는 이들에 의해 세계 속의 한국 이미지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들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우리가 하기에 따라 이들이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으나 자칫 퇴행할 우려도 없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들을 기성 세대의 시각에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김정운(심리학)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교수는 “88세대는 올림픽을 전후해 태어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에 자의식을 형성하며 새롭게 변화한 가치관을 수용한 세대”라며 “이들은 집단적으로, 방향없이 달려가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첫 세대로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양에 대한 주변부 열등감이 사라지고, 무조건 서양을 따라잡기보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이전 세대에게 생략됐던 개인적 자아가 우세해진 것도 이들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88세대에게는 집단보다 개인, 목표보다 과정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전하는 즐거움이 먼저다.

김병준(스포츠심리학) 인하대 교수는 “사회적, 경제적인 넉넉함이 88세대들의 중요한 특징을 형성했다”고 요약한다. 김 교수는 “금전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한 동계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낸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며 “특히 부모의 지지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도 이들의 장점”이라고 말한다.이들이 겁없이 도전을 즐기며, 2등 해도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는 성격은 여기서 유래한다는 설명이다.

이들 세대가 변화함에 따라 기성세대의 이들에 대한 접근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병준 교수는 “88세대의 개인적인 성향이 기성세대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는 이들이 아닌 기성세대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스포츠의 경우 이들 세대를 코칭할 때는 권위적인 방식을 버리고,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접근해서 이들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운 교수는 “기성세대가 다른 방식의 리더십과 가치, 좌표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들 세대도 이전 세대의 목표지향성으로 퇴행할 우려가 없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테면 김연아 선수의 경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냈던 인고의 세월을 강조하고 과정 속의 즐거움을 생략하면 이제부터 목표상실의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성공을 이야기하는 우리 사회의 레토릭에 좀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