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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문화정책에서의 탈이념화, 문화인프라의 도심배치, 문화중심으로의 세계화 전략 전환 등을 문화예술 부문에서 현 정부가 거둔 주요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정보통신(IT) 소프트파워 및 뉴미디어 전략과 주요20개국(G20)회의에 대비한 구체적 문화전략 부재 등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22일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에 황석영씨를 참여시키는 등 문화계에서 이념 대립의 틀을 넘어설 기반이 확립됐다”며 “한쪽으로 쏠렸던 이념이 균형을 찾기 위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 “선진국에는 도심에 오페라 하우스나 극장 등 주요 문화시설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며 “서울 종로구 소격동 기무사터에 현대미술관을 짓기로 하는 등 문화인프라가 중심부로 들어온 것도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세계적 수준을 갖춘 한국의 디자인, 영상 등이 산업화를 위한 수단 정도로 취급됐으나 현 정부 들어 문화가 산업을 끌고 가는 새로운 동력임을 확인했다”며 “다소 배타적이었던 문화 정책을 세계화한 소프트파워 위주로 정립한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세계 1위의 IT 강국에서 점차 순위가 처지고 있다”며 “애플과 구글을 앞세워 IT 소프트파워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운명적 사명감을 가지고 과감한 전략 실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G20회의를 유치하고도 이에 대비한 문화예술 전략 프로그램을 찾을 수 없다”며 “정부지원이 인프라보다 개인에 치우쳐 문화예술가의 창조력을 높이는 데 이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원로영화감독 김수용(예술원 회원)씨는 “그동안 영상 정책에서 뚜렷한 결과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영상 정책의 기본은 이념에서 벗어나 자유경쟁 풍토를 북돋우며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말고 업계가 자생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경제 문제 등에 비해 문화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에서 보듯 보수 편향적인 정책으로 잡음을 만들고 부작용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예술 정책은 이념의 잣대로 기울면 안 되며, 중용의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현·최현미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