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명박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정치원로들은 “경제 성과보다 정치문제에 신경써야 할 시점”이라며 정치권을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해 나가고 해외 원전 수주 등 경제·외교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지난 2년이었지만 국회를 통해 국정 현안을 원만히 해결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당내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의 갈등 봉합 등 당내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2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제·외교 분야에서 국운이 상승하고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국민이 정치에 굉장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경제발전이 중요한 만큼 정치·사회안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경제만 잘 되면 좋다는 인식은 안 된다”며 “이 대통령도 지난 2년의 경험을 통해 정치분야에서 성과를 거둬야 경제·외교 성과가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 민주주의 창달이 곧 경제발전의 기폭제라는 점을 잊지 말고 지난 대선에서 530여만표 차이의 압도적 승리를 안겨준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 대통령이) 당내 통합을 도모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친이, 친박을 떠나 당내 통합은 정치의 가장 우선과제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이 당내 통합을 이룰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학계의 원로인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안 보인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 부분 역시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소아를 버리고 대아를 생각하라는 주문을 하고 싶지만 이 역시 여야 모두에 다 해당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정치지도자의) 개인적 욕망의 전국화, 정치적 놀음(politicking)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노 전 총리는 “대통령 임기가 3년차에 접어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선거전이 벌어지는 듯한 인상”이라며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서 단임대통령으로서 가야 될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이 그 방향은 옳게 잡고 있는 것 같다”며 “(특별한 조치가 아니라 단임대통령으로서) 우리가 처한 새로운 환경에 맞출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