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에릭 슈미트. 각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의 CEO로 글로벌 IT 삼국지를 진두지휘해온 수장들이다. 공통점은 또 있다. 묘하게도 이들은 모두 1955년생으로 동갑이다. 우연일까? ‘아웃라이어’, 곧 특출한 인물들의 궤적을 추적해온 말콤 글래드웰은 강하게 부인한다. 사전에 예정된 결과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은 PC혁명의 여명기를 1976년 전후로 꼽는다. 당시 IT 신조류에 익숙하면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20~22세, 곧 1954~1956년생이다. 미 경제지(誌) 포브스가 인류 역사상 최대 부자로 꼽은 75인 가운데 14인이 미국 출신 1831~1840년생이다. 미국경제의 폭발적 상승기였던 1860~1870년대에 청장년이었던 이들이다. 성공하려면 제때 태어나야 한다. 미국판 사주(四柱) 이론이다. 그러고보니 현대·삼성·LG를 키운 한국 재계의 거목 정주영(1915년생), 이병철(1910년생), 구인회(1907년생) 창업주가 불과 8년 사이에 출생한 것도 흥미롭다.

그래도 성공의 관건은 노력이다. 글래드웰은 작곡가·야구선수·소설가, 심지어 숙달된 범죄자에 이르기까지 어느 경지에 오르려면 대략 1만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략 하루 세 시간씩 10년간 연습하는 양이다. 빌 게이츠도 하버드대 2년 중퇴 때까지 7년을 밤낮 없이 프로그래밍 작업에 몰두했다. 1만시간을 투자한다고 다 아웃라이어가 되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어느 분야든 이보다 적게 연습해서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예는 없다는 것이다.

떠오르는 축구스타 이청용(22)의 성공 스토리도 이런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는 중3 때 과감하게 중퇴하고 프로에 입문, 본격적인 전문가 코스를 밟았다. 이미 오래 전에 매직넘버 1만시간을 넘겼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을 지휘한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학연·지연의 적폐가 해소된 것도 시기상 유리했다. 또다른 기대주 기성용(21) 사례도 다르지 않다.

지금 지독한 청년실업에 힘겨워 하는 세대는 출생 시기를 원망할지 모른다. 그러나 성공한 세대 여부는 먼 훗날 결정되는 것이다. 자기 길을 찾아 즐겁게 1만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성공의 토대가 된다. 분명한 건 남들을 좇아 이리저리 쏠려다니다간 반전의 기회조차 없다는 점이다.

[[김회평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