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27일 전국 201개 4년제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차기 회장에 선출된 이기수(65) 고려대 총장은 “우리 경제 규모에 걸맞게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자율과 경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올해 4월8일부터 대교협 회장의 중임을 맡게 될 이 총장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 캠퍼스 총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더 타임스-QS 세계대학평가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대학 5곳이 150위권에 드는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 대학들이 비로소 제대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며 “한국 고등교육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2020년쯤 적어도 대교협 소속 20개의 대학이 세계 200위권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인터뷰=정충신 사회부 부장대우]

―우선 경인년(庚寅年), 고려대의 상징인 호랑이 해를 맞아 대교협 회장에 선출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우리나라 대학은 질적 경쟁력 저하와 양적 공급 과잉 상태로 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 없이는 대학교육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나 국제적 위상에 비해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일차적인 책임은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와 교직원 등에 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이 처지게 된 데에는 사회 구조적 요인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우선 대학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너무 적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군요. 국가 예산에서 대학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특히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회적 기부와 기업의 투자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부족합니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일류 대학들은 일차적으로 재정 규모와 투자 면에서부터 가장 앞선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방안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먼저 대학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간섭이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온 게 사실입니다.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는데 굳이 비난을 받아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우리 대학들은 이 같은 규제 속에 안주해온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투자, 기부 확대와 더불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과 경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등 대학인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해부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과 대교협 부회장을 맡아온 이 총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게 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도입에 대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사립대·국립대 총장을 막론하고 ICL 도입에 찬성해왔다”면서 “하지만 ‘등록금 상한제’를 법률로 제정하는 것을 우리 대학 법대 교수들에게 자문해보니 헌법 31조의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등록금 상한제’가 향후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고려대는 최근 ‘고대(KU) 2030’ 프로젝트에 따라 ‘2015년 세계 100대 대학전략, 2030년 세계 50대 대학 도약’을 선언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1948년 정부가 수립된 이후 4년제 대학이 생겼고 고려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서울대가 ‘더 타임스’ 평가에서 47위, 카이스트(KAIST)와 포스텍(POSTECH)이 100위권, 고려대와 연세대가 150위권에 드는 등 국내 5개 대학이 150위권에 들었습니다. 그동안 변방에 파묻힌 채 세계대학평가에 끼어들 생각조차 못했지만 이제 우리 대학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100위권 진입을 위한 고려대의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은 무엇인지요.

“고려대는 최근 학문적으로 신성장 동력산업과 관련된 학문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언론학부를 미디어학부로 개편했습니다. 에너지·환경·자원 등 녹색성장 분야에 대한 정책과 기술을 겸비한 인재육성을 위해 전문대학원인 그린 스쿨(Green School)을 신설했습니다. 앞으로 국가의 에너지·환경 정책 및 전략의 개발에서 민간 싱크 탱크(Think Tank) 역할과 효율적인 연구·개발(R&D)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대학원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또 산업의 정보화 추세가 증대되면서 거의 모든 제품이 정보기술(IT)을 장착하게 됨에따라 융합IT 혹은 융합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위해 융합소프트웨어 전문대학원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대학의 역할은 연구·교육·봉사 등 3가지가 핵심으로 고려대는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교육기관으로서 교육 쪽에 중점을 두며, 봉사의 덕목으로 세계 명품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이 총장의 인재관이다.

그는 “고대인을 ‘꿈꾸는 미래인’ ‘소통하는 세계인’ ‘함께하는 지도자’로 표방되는 세계 명품인재로 키우기 위해 전통적인 교양교육을 개혁하고 교양교육에 체험교육과 봉사교육을 추가해 이를 전담하는 교양교육원을 오는 9월1일 신설해 올해 입학생부터 문학·사회과학·철학과 자연과학개론, 사회과학개론 등을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소통하는 세계인’을 육성하기 위해 영어, 제2외국어와 함께 한자 2100자 인증제를 도입하고, 인턴십을 통해 봉사정신을 갖춰 ‘함께 하는 지도자’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지난해 자본금 최대 규모로 출범한 고려대기술지주회사와 관련 “2020 비전(Vision)으로 50개 자회사, 자산 1조원, 매출 1조원을 달성해 ‘월드 클래스(World Class) 기술지주회사’로 발돋움하겠다”며 “신성장동력을 이끌 캠퍼스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하고 자회사를 ‘글로벌(Global) 강소기업’으로 육성하며 외부 유상증자도 추진해 고려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세종프로젝트’는 현재 ‘서창캠퍼스’에서 명칭이 변경된 세종캠퍼스와 건너편 오송·오창의 생명과학단지, 세종시에 들어설 세종시캠퍼스 등 3곳을 묶어 삼각편대를 구성, 의학·약학·생명공학 연구중심의 산학연 융합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 총장은 “세종시캠퍼스는 세종시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바이오 사이언스 및 융·복합 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캠퍼스가 들어설 것”이라며 “전공·학과·대학의 벽을 허물어 융·복합 석·박사과정에 900명을 포함, 모두 3600명의 연구진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2011학년도 현재의 세종캠퍼스에 약학대학을 설치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총장은 지난해 6월부터 다이어트에 들어가 96㎏이던 몸무게를 17㎏이나 뺐다. 등산과 야채, 과일, 두유 한잔과 생선 등 식이요법으로 꾸준히 다이어트를 했다. 대학 다닐 때의 몸무게를 되찾게 된 소감을 물었다.

“대학에 입학하던 1965년부터 품었던 꿈인 고려대 총장에 도전해 4수(修)만인 지난해 44년 만에 마침내 꿈을 이뤘습니다. 정초 아차산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보며 올해는 ‘고려대의 해다’ ‘대한민국의 해다’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제가 갖게 된 또 다른 꿈은 고려대 개교 150주년인 2055년 5월5월 고려대가 세계대학평가에서 20위권에 들도록 제가 밑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csjung@ munhwa.com

이기수 총장은…

섬진강이 흐르는 경남 하동의 산골마을에서 소몰이를 하던 소년은 9세 때 부친을 여의고 초등학교 5학년 때 학업에 뜻을 품고 울며 말리는 어머니를 뿌리치고 혈혈단신 진주로 유학을 갔다. 고려대 법대에 입학하면서 꿈을 품게 됐고 그 꿈은 44년 뒤인 2008년 총장에 세번 도전한 끝에 이뤄졌다. 고려대 총장의 꿈을 이룬 뒤 지난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부회장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에 이어 올해 대교협 차기 회장에 선출됐다.

‘웃음 띤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호걸형으로, 열정과 뚝심에다 성격이 인자하고 사람들을 잘 챙겨 학교에서는 ‘당산대형(唐山大兄)’으로 통한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가 고려대 출신인 고대가족으로 자손만대 고대 가족이 될 것이라고 호탕하게 웃는 ‘열혈남아’다. 서울대를 졸업한 부인 조효임 서울교대 교수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마쳐 2000년 ‘고대가족상’을 수상했다. ‘민족고대 100년, 세계고대 1000’년을 부르짖으며, ‘교육구국’으로 민족혼과 개척자의 정신을 담은 ‘고대정신’을 입버릇처럼 강조해왔다.

좌우명은 ‘만도내근(萬道耐勤)’.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인내와 근면 성실로 임한다는 뜻이다. 좌절하거나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이 글귀를 가슴에 새길 것을 권한다. 고려대 법학과 65학번 ‘마당발’로 통한다. 동기 중에는 검찰 출신으로는 헌법재판소장 대행을 지낸 주선회 변호사, 정충수 전 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법원에는 사법연수원장을 지낸 이근웅 변호사와 김연태 변호사, 김일수 법대 교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