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이티를 점령하고 있다.”

아이티 재건을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와 미국이 연일 구호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알랭 주아양데 프랑스 협력담당 국무장관은 18일 “미국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유엔에 촉구하고 “미국의 역할은 아이티를 돕는 것이지, 아이티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지난 15일 아이티에 입국하려던 자국 항공기 2대가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의 관제탑을 통제하고 있는 미군에 의해 입국을 거부당한 뒤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었다. 당시 미국 대사관을 통해 미국 정부에 정식으로 항의했던 프랑스가 점점 비난의 강도를 높임에 따라 재난 구호에 집중해야할 시기에 지원 작업이 양국 신경전으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군 지휘관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아이티를 도울 뿐이다. 미군은 점령군으로 아이티에 입국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항 병목 현상은 계속돼 아이티에 도착한 구호 물자가 원활히 배급되지 못하면서 구호 단체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프랑스 정부와 별도로 국경없는 의사회(MSF)는 “미국 관제 요원들이 주요 구호물품을 실은 항공기를 돌려보내 생존자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697년부터 1804년까지 100년 이상 아이티를 식민지로 지배했고, 미국은 1915~1935년까지 점령했었다. 일각에서는 양국이 아이티 재건 이후 이 지역 영향력 확대를 위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