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이티에서 발생한 최악의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해 진두지휘에 나서고 있다. 그는 13일 일자리 창출논의를 위해 잡혔던 메릴랜드 랜험 방문일정도 취소하고 대부분의 일정을 아이티 대응으로 채웠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아시아순방일정을 취소하고 귀국길에 오르는 등 오바마 행정부 전체가 아이티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이티 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12일 오후 5시52분 첫 상황보고를 받고, 오후 8시30분 추가 보고를 받은 후 대책회의를 지시했다. 이날 밤 10시 회의에 이어 13일 오전 참모들과 대책회의를 한 후 회견을 통해 “아이티 사태에 대한 초기 대응이 인명을 구하고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집중적인 아이티 구호지원을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견 후 주아이티 미국대사, 하와이에 체류 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했고, 클린턴 장관의 아시아 순방을 중단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의 진두지휘에 따라 국무부, 국방부, 국토안보부, 국제개발처(USAID) 등 관련부처의 움직임도 빨랐다. 미국은 선박과 헬리콥터, 수송기 및 2000명의 해병대 병력을 아이티로 파견했고, 버지니아의 노폭 기지에서는 항공모함 칼 빈슨호(號)가 아이티로 향해 14일 오후 현지에 도착한다.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아이티 구호를 위한 기부 희망자들을 위한 정보란을 개설하고 적극적인 기부를 호소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신속대응이 과거 카트리나 대응 과정에서 느리게 반응했다가 역풍을 입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아이티에 친척을 둔 미국인들은 연결되지 않는 전화를 수백번 걸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미 전역의 아이티 후손들은 8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