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0년 이후 240년만에 최악의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에서는 지진 발생 이틀째인 13일까지도 혼돈과 공포에 질린 시민들의 절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워낙 많은 건물들이 붕괴해 정부 역시 어디서부터 구조작업을 해야 할지 엄두를 못내고 있는 가운데 여진에 대한 공포감도 시민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이 파괴는 됐지만 기능은 유지되고 있어 각국 구조대가 금명간 현장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들은 건물 추가 붕괴를 우려해 거리에서 밤을 새우고 있으며 의료진은 호텔 주차장을 병원 삼아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외신들이 타전했다. AP통신은 현장에서 송고한 기사에서 “붕괴된 학교 잔해 옆에 조그만 아이들의 시신이 놓여 있고 얼굴이 하얀 먼지와 핏물로 범벅이 된 환자들이 거리를 서성이고 있다”며 “의사들은 병원으로 변한 호텔 주차장에서 환자들의 머리를 감싸고 부러진 갈비뼈를 꿰매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적십자 관계자는 지진 후 3~4일이 지나면 구조 가능성은 희박해진다며 상처를 입은 생존자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진과 쓰나미(지진해일) 발생에 따른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고 브라질리아 주재 이달베르 피에르 장 아이티 대사가 말했다. 그는 현지 브라질 언론인터뷰를 통해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으로 아이티가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고 전하면서 “아이티 국민들은 여진과 쓰나미 발생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대형 지진에 따른 피해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진행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쓰나미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그럴 경우 아이티는 말 그대로 카오스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이 파괴는 되었지만 기능은 유지되고 있어 각국이 구호물자와 구호팀을 수송하는 데 숨통을 열어 줄 것으로 보인다. 장 막스 벨리브 아이티 총리는 CNN과의 회견에서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남부사령부 사령관인 더글러스 프레이저 공군 장군도 “국제공항의 활주로는 파괴를 면했지만 통신시설은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다”며 “승객 터미널은 손상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알랭 르로이 유엔평화유지국 부국장은 기자들에게 “공항이 운용중에 있다”며 “이에따라 지원물자가 곧 아이티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 발생후 아이티 경찰 수천명과 유엔평화유지군이 복구 작업 및 치안 유지에 나섰으나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태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폭도로 돌변해 상점을 턴 뒤 일반 시민들 틈에 섞여 경찰 추적을 피하고 있으며, 포르토프랭스의 교도소가 붕괴되면서 재소자들이 탈출해 향후 사회 불안정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포르토프랭스 소재 2층짜리 대만 대사관 건물이 전파돼 대사와 공사가 6시간이나 건물 잔해더미에 매몰돼 있다가 구조됐으며 대사는 골절상을 입었다고 대만 외교부가 발표했다. 쉬성(徐勉生) 대만 대사는 국경 없는 의사회 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이며 대사관 현지 고용 직원 한명도 허리를 다쳤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