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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의 연중기획 ‘Readers are Leaders’가 3년2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문화일보가 창간 15주년을 맞아 시작한 이 시리즈는 2006년 10월30일 정운찬 국무총리(전 서울대 총장)를 시작으로 지난 14일 시각장애인 전제덕 하모니카 연주자까지 우리 사회 각계를 이끄는 138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책과 책읽기에 대한 인터뷰로 진행됐다. ‘리더’들에게 책은 길이고 양식이고 아이디어 뱅크였으며, 현실적 성공을 길러낸 실용적 토양이었다. 리더스(leaders)는 리더스(readers)였고, 리더스(readers)였기에 리더스(leaders)가 될 수 있었다.

김형오 국회의장, 오세훈 서울시장,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은 대부분 책을 통해 현실 정치에 대한 철학을 얻고 있었다. 김 의장은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교수가 쓴 ‘제국의 미래’를 추천한 뒤 “우리도 관용과 배려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시 ‘로마인 이야기’를 줄줄 뀄던 정 대표는 “시저를 통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국민에게 기쁨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재계 쪽 리더들 중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책벌레들이 많았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나에게 어떤 ‘예측력’이 있다면 상당 부분 독서에 힘입은 것“이라고 밝혔고, 손욱 농심 회장은 경영 위기 때마다 책에서 답을 구했다. 학창시절 언제나 책을 들고 다녔다는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지금도 머리맡에 책을 두고 자기 전에 매일 20~30페이지씩 읽는다고 전했다. 정종헌 매일유업 사장은 무조건 월급의 10%는 책을 샀다고 밝히기도 했다.

책이 ‘생업’인 작가와 출판인들은 청소년기에 만난 책을 통해 ‘책’의 길로 들어선 경우가 많았는데 소설가 김주영, 문학평론가 김병익, 시인 유안진씨 등이 그런 경우였다.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 첼리스트 장한나, 가수 김창완·신승훈, 영화감독 배창호, 배우 안성기, 사진작가 배병우씨 등은 책을 통해 예술세계를 확장해간다고 말했다.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 역시 책을 통해 리더십을 배운다고 밝혔다.

이들이 추천한 책은 동서양의 고전부터 실용적 자기계발서까지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추천받은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로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 등 4명으로부터 ‘한권의 책’으로 꼽혔다. 영원한 고전 ‘파우스트’, 창조적 사람들의 생각법을 전한 ‘생각의 탄생’, 일본의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 자기계발서 ‘시크릿’도 각각 두 사람으로부터 추천받았다. ‘백범일지’는 고은 시인과 최근덕 성균관장이 어느 구절도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는 책으로 선택했다.

리더들의 독서법은 정독과 다독이 엇갈렸는데, 정운찬 총리는 “같은 책을 거듭해서 읽기보다는 다양한 책을 소화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 반면,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속독보다는 책을 읽으며 연관해 생각하는 정독”을 권했다.

하지만 독서법이 무엇이든 책이 삶의 선생이자, 힘이자 친구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강만수 위원장은 책에 대해 “평생 스승”, 배우 이순재씨는 “인간을 비추는 거울”,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살아있는 한 놓아선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고 잘라 말한 이석연 법제처장은 “인간의 피와 살을 만드는 영양소”라고 예찬론을 폈고 시인 오탁번씨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을 무한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