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성공하기까지 드라마 같은 역전과 재역전의 상황이 연출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최종담판을 마치고 귀국한 28일 숨 막혔던 막전막후가 공개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말 천운이자 국운”이라고 평가했지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직접 지휘봉을 잡으면서 전략이 정교해졌고, 막판 뒤집기의 묘미를 전 세계에 선사했다”고 자평했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원전건설과 같은 대형프로젝트는 민간차원을 넘어선 영역”이라며 “비즈니스 정상외교의 밀도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말했다.

◆5월, 1차고비 = 수주전은 3파전으로 압축됐다. 한전 컨소시엄의 경쟁자로 세계 원전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프랑스 아레바사는 절대 우위에 있는 듯했다. 이즈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UAE를 방문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1차 고비였다. 이미 끝난 게임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직접 교섭에 나섰다. 이 대통령이 이번 입찰의 결정권을 가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방문 의사를 비쳤다. 그러나 왕세자는 “입찰과정이라 쉽지 않다”며 난감해했다. 정중한 거절이었다.

◆7월, 새로운 전환점 = 이 대통령은 마음을 접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입찰내용을 직접 재검토한 뒤 실무진을 진두지휘했다. 수시로 상황을 직접 챙겼다.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강조하라고 조언했다. UAE에 카이스트(KAIST) 분교를 설립해 원자력공학 분야 발전을 촉진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8월 하순 양국 협력사업을 제안하는 친서를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전달했다.

◆10월, 프랑스의 반격 = 10월이 넘어가면서 프랑스가 막판 저력을 발휘했다. 프랑스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이 대통령은 11월 초 유명환 외교부장관을 급파했지만 어떤 긍정적인 답변도 듣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냉랭한 반응만 들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교육,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밝힌 뒤 한승수 전 총리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3일안에 급파했다. 11월 중순이었다. 김태영 국방장관 등을 비밀리에 급파했다.

◆12월, MB의 전화외교 =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고 판단한 이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신뢰’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본격적인 전화외교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왕세자에게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 ▲공기 단축 ▲비용절감을 내세웠다. 드디어 12월15일, 희망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 대통령에게 “UAE 정부는 오랜 숙고 끝에 한국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6개월에 걸친 ‘수주 마라톤’의 최종 승자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