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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무시하고 캐시카우(수익원)를 버리지 못해 망하는 기업들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우리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합니다.”

올 1월 대표이사를 맡아 오랜 난제였던 KTF 합병 건을 5개월 만에 성사시킨 데 이어 유선통신 대표기업에 안주해 온 KT를 불과 1년 만에 컨버전스(융합) 선도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이석채(사진) 회장의 평소 ‘혁신’지론이다.

이 회장은 자신의 취임 일성인 ‘올뉴(All new) KT’ 구호에 부합하는 새도운 도전 사례로 경쟁 상대로만 간주해온 고정관념을 깨고 인터넷TV(IP TV)와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을 결합한 제휴 서비스(7월)나, 무선랜 인터넷전화와 이동통신을 결합한 유무선통합(FMC) 휴대전화 (11월) 서비스 등을 출시한 사례를 주저없이 꼽는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IP TV나 휴대전화 음성통화 매출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큰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렸다는 점에 있다.

KT는 이를 통해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고, FMC 가입자를 내년에는 100만여명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부에선 판단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영국 유수의 통신사업자인 BT는 브리티시텔레콤보다는 IBM 등과 같은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로 불리기를 원한다”면서 “KT도 컨버전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내부에 거듭 주문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스마트폰·3W(이동통신+무선랜+와이브로) 등과 같은 컨버전스 노력으로 데이터 통신료를 대폭 낮추고 IP TV도 개방하면 그 무대 위에서 벤처를 포함한 수많은 기업들의 새로운 역할이 생겨난다는 것이 이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앞으로 경쟁은 그룹과 그룹 간의 경쟁”이라며 “결국 기업 자체의 경쟁력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협력회사와 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성공적인 혁신을 주도하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결코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KT를 급강하하는 비행기에 빗대곤 한다. 인터넷전화의 성장으로 집전화 매출이 연간 1조원씩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면 주도해야 한다는 본인의 기본 철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이다. 이 회장의 이같은 혁신 시도가 2010년에는 KT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