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는 요즘 시트콤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합니다. 기발한 설정과 재치 있고 코믹한 대사에 웃음보를 터트리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TV를 켜자 “왜 때려, 이 빵꾸똥꾸야” “먹지 마! 어디 거지같은 게 내가 사온 케이크를 먹으려고”와 같은 표독한 표정의 어린아이(해리)가 내뱉는 거친 대사를 듣고 입이 딱 벌어졌다고 합니다.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밉상 연기를 잘하는 해리의 팬이었던 그는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어를 찾아보니 ‘빵꾸똥꾸’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해리가 기분 나쁠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방귀와 항문을 합친 이 말은 아주 형편없음을 칭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다소 형이하학적 단어인 것이죠.

‘빵꾸똥꾸’가 시도 때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남발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마침내 ‘전가의 보도’를 집어들었습니다. 방통위는 “폭력적인 언행을 반복적으로 묘사해 어린이 시청자들의 모방 가능성을 불러와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양식 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해리의 극중 행동과 ‘빵꾸똥꾸’라는 말에 대해 ‘권고’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도 방송에 출연해 해리 역에 대해 ‘정신분열증에 걸린 게 아닌가’라며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네티즌 ‘붉은노을’도 “어린아이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는 지능적인 가학적 행위와 극단적 이기주의를 모방성 강한 아이들이 시청하도록 방조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소설가 이외수씨는 “대한민국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이러다 통금시간도 부활하는 게 아닐까”라며 쓴소리를 했습니다. 또다른 네티즌도 “불륜과 폭력이 난무하는 다른 드라마에 비하면 ‘하이킥’은 건전한 편이다. 방통위가 오버한 것”이라며 심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한편 한 방송사의 앵커와 기자가 ‘빵꾸똥꾸’에 대한 방통위 권고조치를 보도하다가 웃음을 터뜨려 ‘방송사고’를 낸 동영상을 보고 네티즌들은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었다고 합니다.

인터넷뉴스팀 = 노득균기자rohd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