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포스코 광양제철소 에너지기술팀원들이 22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에 위치한 이 회사 4냉연공장 지붕에 설치된 1㎿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광양=김선규기자 ufokim@munhwa.com

엄동설한이지만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서쪽 구역에 위치한 4냉연 제품공장 지붕 위에는 남도(南道)의 따뜻한 햇볕이 쏟아진다.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들은 햇볕이 강한 오후 1~2시쯤 가장 바쁘게 움직인다. 햇볕이 약한 겨울철, 한줌의 햇볕이라도 흡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지상에서 20여m나 솟아있는 높은 지붕 위에 7348개(136W)의 태양광 모듈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며 도열해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 공장 에너지기술팀원들은 틈만 나면 지붕 위에 올라가 태양광을 차단하는 분진을 닦아내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유휴공간인 공장 지붕이 1㎿급 대용량 태양광 발전소로 탈바꿈한 현장이다.

신석철 광양제철소 에너지부장은 “화석연료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그린발전소를 운영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공장내 발전소에서 압력차를 이용한 발전, 기기 냉각차를 이용한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있으며, 이 같은 프로젝트들은 향후 신성장동력산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포스코는 인근 광양시 진상면 수어댐에서 광양제철소로 유입되는 원수관로의 자연낙차(37.2m)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낙차를 이용한 소수력 발전설비를 가동해 연간 3000t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165억원을 투입해 2010년까지 8만그루의 나무를 심는 등 광양제철소를 숲속 제철소로 만들 계획이다.

태양과 물, 나무 등에서 미래 에너지와 청정개발원을 찾는 광양제철소의 친환경프로젝트에는‘자원은 유한하지만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는 포스코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배어있다. 세계 유수의 경쟁 제철업체 중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포스코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을 속속 만들어가고 있다.

광양제철소에서 차로 30분쯤 달리면 포스코 순천 마그네슘 판재공장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생태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순천에서 포스코 신성장동력의 또다른 엔진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순천 해룡산업단지에 자리잡은 이 공장에서는 플라스틱보다 강하지만 알루미늄보다 1.5배 가벼운 첨단 마그네슘 소재의 상용화를 위해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순천공장의 김치현 공장장은 “슬래브 제조 공정을 생략한 채 두개의 롤 사이에 넣고, 뜨거운 상태에서 얇게 압연하는 기술, 급속균일응고를 통해 조직을 미세하게 만드는 기술 등이 적용되고 있다”며 “원가 절감과 생산성 증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고, 올해는 두께 0.35㎜ 마그네슘 판재 압연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2007년 7월에 이 공장을 준공한 지 불과 2년여만에 두께 0.35㎜의 마그네슘 판재 압연에 성공한 것은 마그네슘 프로젝트에 한 획을 그은 일로 평가된다. 특히 내년에는 노트북, 휴대전화, 자동차부품 등에 전방위적으로 포스코의 마그네슘 신제품이 적용되면서 이 회사의 ‘캐시 카우(cash cow)’로 떠오르고 있는 이 사업이 더욱 각광을 받게 될 전망이다.

마그네슘은 무게가 철강재의 25%, 알루미늄의 70% 수준이다. 향후 포스코가 개발한 마그네슘이 적용된 노트북과 휴대전화, 기타 자료 등을 한 가방에 넣고 다녀도 과거 노트북 한개만 달랑 들고 다니던 가방 무게보다 더 가벼워지게 된다.

포스코가 영일만에서 제철소를 세워 제철입국(製鐵立國)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제는 포항도 ‘연료전지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서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죽천리에는 세계적 발전용 연료전지 타운이 만들어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포스코 파워 연료전지 부문은 이곳의 스택 설비(전기와 열이 만들어지는 발전기)에서 2011년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국산화 제품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포스코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이를 대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올해 신성장동력산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강산업에서 축적한 핵심 역량을 발휘하면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폐기물 연료화사업, 첨단 신소재산업 등 미래 전략 분야에서 금맥(金脈)을 캐고 있다. 포스코의 녹색경영은 지난 2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 뒤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포스코는 녹색성장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환경과 성장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구축하면서 서서히 에코 스틸(Eco Steel) 시대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광양 =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