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궁이 자살했다!”

송년회로 바쁜 기축년(己丑年) 세밑 한파 속에 비보가 또 날아들었습니다. 국민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 역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탤런트 양미경씨가 목숨을 끊었다는 한 언론사의 발빠른 소식에 네티즌들의 발길도 얼어붙었습니다. 유난히 자살사건이 많았던 한 해였던지라 놀란 가슴은 안타까움으로 새카맣게 타들어갔습니다. 이 충격적인 소식은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퍼졌고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2시간 후 경쟁사들의 취재과정에서 양씨의 자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양씨와 지병으로 숨진 유명 가수 여동생의 이름이 같아 와전된 것을 담당 기자가 확인 없이 기사화한 것이죠. 오보를 내보낸 해당 언론사는 기사를 삭제하고 “양미경씨 관련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정정 보도했습니다. 또한 “양미경씨 본인과 가족 및 지인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죽음에서 부활한 당사자 양미경씨는 “자다 일어나 자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확인도 해보지 않고 그런 무책임한 기사를 쓸 수 있는지 황당하다”고 불쾌감을 전했습니다. 또한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새 드라마 ‘동방의 빛’ 제작진도 “양씨의 배역이 크고 대체할 배우를 구하기도 어려울 거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보로 밝혀져 다행”이라며 한숨을 돌렸습니다.

네티즌들도 날씨만큼이나 싸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멀쩡한 사람 죽이고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면 다냐” “취재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분명히 밝히라”는 날선 목소리가 대종을 이뤘습니다. 또한 “속보 유혹에 눈이 멀어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다니 어처구니없다”며 취재행태를 꾸짖거나 “오보로 밝혀져 다행이지만, 기분 나쁜 자살 바이러스만 잔뜩 덮어쓴 듯해 불쾌하다”며 피해의식을 호소했습니다.

인터넷뉴스팀=노득균기자 roh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