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식물원에서 LG전자와 서울시설공단 직원들이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지열 기반의 냉난방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신창섭기자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안에 위치한 식물원(연면적 2492㎡)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훈훈한 바람이 밀려왔다. 서울시설공단 소속의 이만규(48) 과장은 식물원 내부 설계도가 들어 있는 모니터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여기 보이는 숫자가 현재 대(大)온실 온도”라며 “2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이한 건 기름이나 가스를 태우는 난방용 보일러가 없어도 이곳 온도는 늘 26도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지름 15㎝의 파이프 45개를 땅속 200m까지 박아 넣은 뒤 연중 15도(±5도)를 유지하는 지열을 뽑아와 이를 압축시키는 방식으로 난방이나 냉방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곳은 식물원 가운데 처음으로 신재생에너지인 지열을 냉난방에 이용하는 시스템을 LG전자로부터 도입했으며, 지난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과장은 “예전 같았으면 실내온도 25도를 유지하려면 기름이나 가스를 계속 태워야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 관리도 손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열 시스템 가동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낮추는 것은 물론, 냉난방 비용을 72%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그룹이 세계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녹색사업에서 이처럼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16일 LG에 따르면 LG그룹은 지열 외에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기존의 백열전구나 형광등을 대체할 수 있는 ‘빛의 반도체’ 발광다이오드(LED), 기름 없이 움직이는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등의 신사업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LG가 태양광발전사업에 진출한 것은 4년 전이다. 계열사인 LG CNS는 그동안 프로젝트 수주 형식으로 국내 8개지역에 모두 18개의 발전소를 구축했다. 또한 지난해 6월엔 그룹 차원에서 충남 태안에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완공, 가동하고 있다. 이 발전소는 태안지역 전체 2만가구 가운데 8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연간 1만2000t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낸다.

LG는 LG화학(폴리실리콘)·실트론(웨이퍼)·LG전자(태양전지 셀 및 모듈)·LG솔라에너지(태양광발전소 건설 및 운영) 등 계열사별로 역할을 나눠 원재료부터 발전소 건설까지 전 과정을 자체 해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원재료 개발 및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폴리실리콘 조기양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LG전자는 내년 양산 목표로 경북 구미에 2000억원을 투입해 2개의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1라인은 내년 1분기(1~3월), 2라인은 2011년 1분기쯤 가동될 예정이다. 실트론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여간의 연구를 통해 원반 모양의 태양전지용 웨이퍼를 2007년 9월부터 생산해 오고 있다.

또한 LED는 TV나 조명기기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LG이노텍은 휴대전화 및 노트북 PC에 이어 액정표시장치(LCD) TV에 광원으로 사용되는 LED 모듈을 양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이 모듈을 납품받아 LCD 패널을 만들면 LG전자가 이 패널로 TV를 제작한다.

LG이노텍은 이와 별도로 지난해 LED 조명 전담조직을 신설, 활용 사례를 집중 발굴하고 있다. 특히 경기 광주시 도척면 도옹리 곤지암리조트에 LED 보안등과 실내등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엔 가로등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호수공원에는 보안등을 각각 설치했다.

LG이노텍은 앞으로 LED사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올 하반기(7~12월)부터 내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 광주 생산설비를 대폭 확충하고 오는 2012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파주에 생산라인을 새롭게 조성한다.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적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LG화학은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될 전망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리튬이온 폴리머배터리를 단독 공급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2015년까지 무려 6년 동안이다.

LG화학은 앞서 올 7월 현대·기아자동차가 국내 최초로 양산에 들어간 하이브리드(Hybrid)카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형 전기차 전문 제조사인 CT&T와 손잡고 기존의 하이브리드카나 장거리 고속 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도시형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도 진출했다.

LG화학은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 오는 2013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 국내 최초의 최첨단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전문 생산공장을 건설키로 하고 지난 6월 착공에 들어갔다. 오는 2015년 1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