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에 취하다? ‘인텍스티케이티드(intexticated)’란 신조어가 있다.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 후보에 올린 용어로 ‘인톡시케이티드(intoxicated·술에 취한)’에 문자메시지를 의미하는 텍스트(text)를 합성한 단어다. 운전중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그것이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하기 때문에 생겨난 용어다. 미국에서는 연방 공무원들에게 운전중 문자 발송 금지령을 내리고, 운전중 통화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이 개발될 정도로 매우 심각한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운전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40대가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이처럼 휴대전화를 손에서 떼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통신 서비스 이용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성인 10명 중 3명이 휴대전화 중독증이라고 한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도 인터넷 중독자가 200만명에 달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대 10조원에 이르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만큼 통신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생활에 밀접해지다 보니 발생하고 있는 사회문제가 아닌가 한다.

이에 대해 정책적 또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용자 스스로 통신서비스 이용 문화를 바로잡고자 하는 작은 실천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개개인의 잘못된 선택이나 부주의 등 작은 문제들이 모여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익명성에 기댄 짧은 악성 댓글이 모여서 큰 파괴력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잘못된 통신이용 문화는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끼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매너 없는 휴대전화 사용자 때문에 불쾌했던 기억들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런 작은 불편함에서부터, 공공 서비스를 방해하여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주기도 한다. 최근 3년간 119 신고 전화의 내용을 분석했더니 77.4%가 허위·장난 전화 또는 잘못 걸린 것이며 그 경제적 손실이 38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장난 전화도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결국 통신 서비스라는 유용한 도구가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활용되는지 여부는 바로 이용자의 선택과 어떠한 이용 문화를 만들어 가는지에 좌우된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매너 있는 휴대전화 이용,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근절, 장난 전화 걸지 않기, 선한 댓글을 남기는 일과 같이 작은 실천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정부에서도 최근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주간’을 선포하는 등 이용자 보호와 이용 문화에 대한 관심을 점점 크게 가지는 듯하다. 이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권익을 찾고 슬기롭게 방송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그렇게 변화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통신사업자에게도 이제 이용자는 단순한 고객이 아니다. 각종 체험단, 홍보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이용자 참여를 유도하고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즉, 건전한 통신 이용 문화는 통신사업자로 하여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힘이 된다. 반면에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서비스는 그 기능이 축소되거나 사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게 마련이다.

따라서 건전한 통신 이용 문화를 이용자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은 이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고 통신 서비스 산업도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지금 나부터 시작하는 작은 실천에서 만들어진다.

[[설정선 /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