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이 회사 연료전지차 개발팀원들이 ‘꿈의 차’로 불리는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용인 = 신창섭기자

‘새로운 미래 성장 산업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자.’

글로벌 경제위기를 뚫고 불사조처럼 일어난 한국 경제계가 2010년에는 신성장동력 산업 분야에 뜨거운 에너지를 분출한다. 세계 시장에서 맹활약하면서 경기회복을 견인해온 기업들은 내년에 뉴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공격경영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바닷속 식물에서부터 차세대 에탄올, 태양빛, 세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신(新)에너지나 생명연장 기술의 단초를 찾기 위해 투시경을 비추고 있는 기업들의 활동은 심장처럼 박동하면서 침체에 빠진 한국 사회 전반에 신선한 피를 수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는 기업들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몰고올 파장과 신산업의 미래를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세계경제의 성장 드라이브는 녹색과 정보기술(IT) 융합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새해에 전기차, 그린에너지, 무선통신 및 네트워크 사업, 원격 조종 로봇산업, 미래 의약산업 등에 올인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숨가쁜 행보에 나설 태세다.

글로벌 시장의 초일류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은 지난 10월 기흥사업장에서 결정형 태양전지 연구개발 라인을 가동함으로써 태양전지 부문에 뛰어들었다. D램 반도체 분야에서는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미세하게’라는 3대 전략 아래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결정적 기술들을 잇달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일 DDR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읽기 속도를 세 배 이상 향상시킨 32Gb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꿈의 기술’로 불리는 20나노급 차세대 제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는 이미 불꽃 튀는 그린카 경쟁이 시작됐다. 하이브리드 분야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배터리, 컨트롤러 등 대부분 핵심부품을 국산화하자 선진자동차업체들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환경 및 연비 규제에 대응하는 소극적 개념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그린카 분야에서 최강자가 되기 위해 2013년까지 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다. 특히 2010년에는 현대차의 야심작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현대·기아차의 그린카 분야 투자는 도전적이다. 그간 상상 속의 테크놀로지에 머물렀던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이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리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 만난 강혁 연료전지개발2팀 수석연구원(공학박사)은 “이미 수소탱크에 700기압 충전 한번으로 최대 758㎞를 달릴 수 있는 차를 개발해냈다”며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할리우드까지 충전 없이 633㎞를 달렸는데도 연료가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까지 연료전지 부품의 99%를 국산화할 계획이라며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이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LG는 새해에 친환경 녹색성장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LG는 고부가가치 폴리실리콘 및 웨이퍼, 태양전지 등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원재료 개발 및 생산에 나서고 있다. 태양전지는 LG전자가 2010년 생산을 목표로 경북 구미시에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전기용 자동차 배터리분야에서는 LG화학이 세계적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내년에 세계 최초로 양산되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에 장착될 리튬이온 폴리머배터리 단독공급권도 따냈다.

SK그룹도 IT 융합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SK는 오는 2012년까지 녹색기술과 정보통신기술 등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술개발에만 5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는 무공해 석탄 에너지, 해양 바이오 연료 등 ‘그린 오션’ 분야 투자를 통해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또 차세대 인터넷 기술 등 정보통신 기술 분야와 생명공학 분야 등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4대그룹 이외에 포스코, 한화, 두산 등 주요 기업들은 녹색산업 분야에서 수익성과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비장의 신기술을 내년에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국가지식 자산 축적을 가속화할 ‘지식자산 관리센터’를 만드는 한편 미래 사업 중 실용화가 어려운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