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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野神)’ 김성근(67·SK와이번즈) 감독 하면 ‘평생 야구에 미쳐 살고 야구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알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또 하나 ‘미친’ 곳이 있으니 바로 ‘책’이다. 전지훈련 때 가져가는 책이 한 보따리는 된다. 돌아올 때도 책을 한 짐 사서 온다.

일본 교토(京都)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친 김 감독은 일본어에 더 익숙할 수밖에 없다. 훈련중에도 틈만 나면 책방에 들른다. 11월 한달간 시코쿠(四國) 남단의 고지(高知)에서 마무리훈련을 한 뒤 4일 귀국한 김 감독에게 ‘독서편력’을 들어보았다.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독서 스타일을 가졌다. 야구 전문서적도 보지만 그 외의 책을 더 많이 본다. 내 서재에는 야구 서적만 500권이 넘지만 다른 책이 훨씬 더 많다. 일본책들이 많다. 내가 거기서 교육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다. 책방에서 책을 뒤적이다 한 문장만 맘에 들어도 구입한다. 감독으로서의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면 책만 본다.

주로 인생사에 대한 책을 본다. 소설이나 시(詩) 등 일부러 꾸며낸 얘기에는 관심이 덜하다. 에세이, 인생 철학, 한 분야에서 어렵게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이 좋다. 또 인간에 대해 탐구한 정신과 의사의 책, 뇌를 활성화시키는 책에도 관심이 많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69년 마산고 감독을 시작으로 서너 군데 고교에서 감독을 지냈다. 감독은 동시에 교육자다. 마산고 시절부터 책을 많이 보았는데, 감독은 야구도 알아야 하지만 일반교양과 상식도 풍부해야 한다. ‘무조건 해라’고만 해선 말을 안 듣는다.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승이 되려면 나부터 공부해야 하니, 책을 가까이 했다.

한국에서 운동선수는 그저 운동밖에 모르는 인간 취급을 받는다. 다 편견이지만, 공부는 뒷전이고 운동만 시킨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겨울 캠프 동안 매일 저녁이며 선수들에게 내가 준비한 이야기를 30~40분씩 들려준다. 나의 경험담이나 읽은 책을 위주로 얘기하는데 매번 사전에 두세시간씩 준비한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선수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고 많이 배우라고 일러준다. 야구만 파고 들면 사회생활에 소홀해지게 되고 적응력이 떨어진다. 언제가는 사회로 나가야 할 터. 책을 많이 보고 문화적인 것을 두루 경험해야 더욱 성숙한 야구도 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두번 우승하니까 강연 의뢰가 자주 온다. 비시즌이면 한달에 두세번은 강연을 한다. 지금은 강연 1회당 세자릿수의 강연료를 받는다. 그러니 강연을 위해서도 또 책을 봐야 한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했고 사람들을 모아놓고 재미있는 얘기를 곧잘 했다. 일본에는 현역 은퇴 뒤에 강연만 해서 먹고사는 전직 선수들이 꽤 있다. 한국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 이런 후배들이 나오기를 바라서 내가 강연을 거절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은퇴하면 소수만 지도자로 남고 대부분 장사를 하지 않는가. 진로가 더 다양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 ‘야구 밖’을 공부해야 한다.

정리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