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반대파들을 학계에서 밀어내려고 공모한 e메일이 폭로되면서 이 사건이 코펜하겐 회의에서 논의될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목표치 설정에 미온적인 국가들에 ‘지구 온도 상승이 인류가 초래한 것이 아니다’는 방어 논리의 새로운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게이트’라고 불릴 만큼 기후변화 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e메일 스캔들은 2주 전 세계적인 기후 연구소인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기후연구센터 서버 해킹으로 발생했다.

학자들이 주고받은 e메일 내용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의 위협이 급박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한 학자들의 논문을 주요 학술지에 공개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기후변화 연구 중 특정 부분만을 강조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이 연구소의 필 존스 소장은 사임을 밝혔다.

지구 온도 상승이 자연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냐, 인간에 의한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코펜하겐 회의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하마드 알 사반 사우디아라비아 기후변화 대표는 3일 “기후는 수천년간 인간이 만들어낸 요소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변화해 왔다”며 “이번 e메일 사태로 인간 행위와 기후 변화가 관련이 없을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왔고, 코펜하겐에서 단일 합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