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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적인 오락 문화가 판을 치는 시대일수록 종이책을 읽는 일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종이책을 들고 읽는 일이 피곤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활자로 만들어진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그 자체에 여백이 있기 때문에 세상의 지혜를 머리 속에 전달할 뿐 만 아니라 가슴으로 되새기게 해 줍니다.”

김년균(67) 한국문인협회(문협)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선진 문화국으로 가려면 국민들이 지금처럼 독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07년 1월 취임한 이후로 문협 차원에서 책읽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누구나 한번뿐인 삶이 무엇인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하려면 책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입시 공부에 시달리느라 문학, 교양서적을 다양하게 읽을 시간이 없는 현실을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그는 어렸을 때 사랑방에서 어른들이 우리나라 고대소설을 읽는 것을 노랫말처럼 들으며, 책의 감동을 경험했다고 되돌아봤다. 중학생 시절엔 박계주, 이광수, 심훈 등의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설레기도 했다. 고교와 대학을 다니며 헌책방에서 읽고 싶은 문학책을 구해 밤새워 읽었던 기억은 그의 삶 전체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는 “국민들이 책을 사랑하는 나라야말로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믿고 있다”며 “특히 문학책을 많이 읽어야 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로 성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이 이끄는 문협은 문인들의 창작활성화를 통해 문학 사랑 열기를 지피기 위해 경북 문경의 초등학교 폐교지에 연수원을 추진하고 있다. 문협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짓는 연수원이 1만1000여명의 문인 회원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문학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됐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그는 문협 수장으로 활동하면서도 시인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 창작 활동에도 힘써 최근 시집 ‘숙명’을 펴냈다. 그가 만나온 사람들을 소재로 쓴 연작시를 묶은 것이다.

“저녁 술자리를 절제하며 집에 일찍 들어가려고 애써왔습니다. 새벽에 창작을 하려면 술자리를 멀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책을 읽을 시간을 얻으려면 시간을 아껴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