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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의 힘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쇠락하고 있다. 미국이 지배했던 세기도 막을 내리고 있다.”

세계적 역사학자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역사학계의 촘스키’로 불리는 가브리엘 콜코 캐나다 요크대 역사학과 교수의 단언이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가 ‘제국의 미래’에서 세계의 패권을 갖기 위해서는 총, 달러, 관용이 필수적이고 미국은 관용을 잃으면서 패권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면, 콜코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관용뿐 아니라 총과 달러까지 모두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출간돼 놈 촘스키로부터 “군사력 만능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통찰력”이라고 평가받은 책은 ‘미국의 패권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짚은 쇠락의 출발점은 구 소련의 몰락이다. 1991년 구소련 붕괴 후 미국은 더 이상 평화 유지를 내세워 국제사회를 통제하고 무기를 수출할 수 없게 됐다.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은 미국은 적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국적이 모호한 소규모의 비밀 조직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은 이라크 전쟁은 수렁이 된 반면 군사 기술은 빠른 속도로 저렴하게 ‘적’들에게 확산됐다.

값싼 미사일, 휴대성과 정밀성이 향상된 폭탄들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면서 세계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미국 무기업자들, 권력과 야망에 불타는 정치인들 그리고 병적으로 전쟁을 선호하는 국방부는 여전히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펼치고 전쟁을 일으키며 미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기에 실패한 중동정책은 미 제국의 쇠락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국내외 정치와 국제관계로 인해 무너져가고 있는 패권은 경제위기라는 철퇴를 맞아 완전히 휘청거리게 됐다고 저자는 밝힌다. 20년간 자기 주머니를 불린 금융투기꾼들은 미국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흔들었고 잠복해 있던 투명성의 결여, 복잡성, 리스크의 불명료성 등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만나 미국과 국제금융시스템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서로 얽히고설킨 금융위기, 대외정책, 중동정책, 세계화된 정보기술 등을 차분히 설명해 내려가는 책은 미국의 붕괴와 관련된 최근 몇년간의 논의들을 한자리에서 죽 정리해볼 수 있게 한다.

“상황은 숨가쁘게 변하고 있고, 무엇 하나 일반화할 수 없다. 언제라도, 심지어 내일이라도 변할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일단 현실을 이해하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 확보된다.”

책을 내놓은 저자의 의도이다. 제국의 몰락, 그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라는 것이다.

최현미기자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