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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엔 옷이 똑똑해졌다. 스타일을 위해 두툼하고 펑퍼짐한 겨울 옷을 포기했던 멋쟁이들이 이제는 추위에 떨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의류업계가 보다 가볍고 보온효과가 뛰어난 신소재와 디자인의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입으면 열나는’ 신사복. 흡습·발열 기능을 강화한 신소재를 사용했다. 그동안 등산복을 비롯한 아웃도어 의류나 속옷류에 많이 쓰였던 이 소재가 남성 정장 분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불황기에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를 내건 이른바 ‘웜비즈룩(Warm Biz Look)’이다.

LG패션의 남성복 브랜드인 TNGT는 흡습·발열기능을 강화한 ‘웜프레시’소재의 정장을 올해 처음 선보였다. 웜프레시는 피부의 땀과 노폐물을 흡수해 피부를 쾌적하게 유지시키고, 소재에 내장된 자체 발열기능을 통해 체감온도를 3도 정도 올려 외투를 안 입어도 추위를 덜 느끼게 만든다. 제일모직 역시 모직보다 따뜻한 모·캐시미어 등 혼방소재를 활용하는 한편, 은은한 광택이나 약간의 기모처리를 통해 외양부터 따뜻해보이는 ‘웜비즈’ 디자인을 강화했다.

㈜신원은 가볍고 따뜻한 캐미시어의 대체상품으로 앙고라털을 정교하게 가공한 ‘슈퍼소프트 앙고라섬유’를 최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 섬유를 이용한 비키, 씨, 베스띠벨리 제품이 12월부터 시판된다. 박성철 신원 회장은 “슈퍼앙고라섬유는 고가의 캐시미어와 감촉이 거친 모직의 단점을 보완한 혁신적인 겨울용 신소재”라고 밝혔다. 가격은 캐시미어의 5분의1 정도이며, 특수기술로 앙고라털의 긴 털 부분을 제거하고 솜털만을 사용해 양모보다 보온성이 높고 흡수성도 뛰어나다고 그는 말했다.

속옷브랜드와 스포츠브랜드들도 전체적인 실루엣을 슬림하게 유지하면서도 보온성 높은 발열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선미 트라이 디자인실장은 “올겨울 내의는 최첨단 소재를 사용해 보온성이 강화됐을뿐더러 겉옷으로 드러내 입어도 될만큼 색과 디자인이 세련됐다”고 소개했다. 트라이의 ‘히트업’, 비비안의 ‘엑스’는 몸의 수증기를 흡수해 열을 발산하는 발열소재를 사용한 제품이다. 두툼하던 예전 속옷에 비해 얇으면서도 따뜻해서 속옷을 갖춰 입고도 전체적인 맵시를 매끈하게 연출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데상트의 경우 태양광의 흡수 성능을 강화한 축열보온소재의 ‘히트 나비 다운재킷’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흐린 날에 보이지 않는 빛까지 열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발열기능을 갖춘 데다 인체실루엣에 맞춘 퀼팅구조로 보다 날씬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 스포츠브랜드 라푸마의 경우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나고 빨리 마르는 소재인 서모라이트와 보온성 소재인 퍼텍스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