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한해 살림살이를 좌우하는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처리는 매년 법정 처리 기한(12월2일)을 지키지 못하는 등 파행이 거듭됐다.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예산안이 법정처리 시한 내 처리된 것은 1989년 이후 지난해까지 20년간 5차례에 불과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부터 3년 동안 예산안 처리가 파행으로 이어졌던 것은 당시의 여소야대 상황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들어서는 1993년과 1996년 두 차례 법정시한을 위반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에는 대선을 치렀던 2002년을 제외하면 모두 법정시한을 넘겼다. 특히 2002년을 제외하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연말이 되어서야 예산안이 처리됐고, 2004년에는 회계연도 마지막날인 12월31일 가까스로 처리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야간 합의 없이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5년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 파문으로 등원하지 않고 버텨 새해 예산안 심의를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13일에는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합의 없이 사실상 한나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운영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 할 수 있는 합의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대선이 있던 해에는 일찌감치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파행은 없었지만, 졸속 처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992년 대선 때는 11월20일,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는 각각 11월18일과 11월8일에 처리됐다. 다만 2007년에는 법정시한을 넘긴 12월28일에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이후에도 부처별 집행계획 수립과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로 인해 실제 집행까지 30일 정도는 필요하다”면서 “예산안이 국회 법정시한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