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예산 통과가 법정기한인 12월2일을 또다시 넘길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저소득층과 서민 등 사회 취약계층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달리 경제가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지출이 사회 취약계층의 내년 동절기(1∼2월) 거의 유일한 버팀목이라는 점에서 예산 통과 지연은 이들의 생계마저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마련한 2010년 예산안에 따르면 사회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한 각종 복지제도와 일자리 등을 위한 예산은 81조398억원으로 올해 74억5893억원보다 8.6%나 늘어났다. 이는 총 지출 증가율(2.5%)의 3배가 넘는 것이다

이러한 예산 중 구직급여와 기초생활급여, 기초노령연금 등은 실직자와 기초수급자, 노인·장애인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라는 점에서 예산 통과 지연은 이들의 생계 자체를 위협할 소지마저 있다. 특히 경기 침체 여파로 노동시장이 악화된 점을 고려해 정부가 3조4000억원의 구직급여를 마련했지만 예산안 통과가 지연되면 실직자를 비롯한 가족들은 아무런 소득없이 생활을 꾸려 나가야 한다.

역시 열악한 노동시장을 감안해 올해 말 종료예정에서 내년 상반기로 기한을 연장한 일자리 사업도 제때 예산이 집행되지 않을 경우 동절기 고용 악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 중 희망근로사업을 포함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 직접 일자리 창출에 3조5000억원을 배정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동절기 정부 지원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초수급자의 경우 7조456억원의 기초생활보장급여가 제때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노인과 장애인 등을 위한 기초노령연금(2조7236억원)과 장애수당(1791억원) 지급도 예산안 통과 지연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위기로 현금줄이 마른 중소기업들 역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자금을 10월말 현재 이미 93.5% 사용해 자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예산안 통과 지연으로 12월 말까지 지원계획 공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예산 통과가 늦어지면 내년도 재정지출 계획을 잡기 어려워 지출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경기 활성화 흐름이 악화돼 사회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