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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가 주로 밤시간이라 공연기간이면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게 되지요. 독서도 늦은 밤에 주로 합니다.”

소프라노 김인혜(48) 서울대 교수는 “공연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면 독서를 하면서 하루를 정리한다”고 말했다. 오페라 ‘토스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안중근’에 이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9~22일 막을 올리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운명의 힘’ 등 올 한해 다양한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김 교수는 “노래도 음악 그 자체뿐 아니라 다양한 독서와 더불어 직간접 경험이 더해지면서 표현의 깊이가 짙어지고 관객과의 공감대도 넓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이 남달랐던 여동생과 책을 돌려보면서 책의 재미에 빠졌었죠. 연필로 줄을 긋거나 메모도 남겼는데, 동생이 책에 쓴 글들이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었어요.”

그는 중학시절 읽었던 AJ 크롬닌의 소설 ‘천국의 열쇠’는 어린 시절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에 접했기 때문인지 수시로 책의 감동을 되새기곤 한다고 밝혔다. 소설에서 신학교 동기이자 친구인 두 신부의 상반된 두 삶은 10대 사춘기 이후 성악가이자 교수로 활동하는 현재까지 혼돈과 갈등의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책에서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던 치셤 신부는 흑사병이 창궐하는 중국 변두리에서 죽음의 선교를 하지요. 반대로 그의 신학교 동기이자 친구인 밀리 신부는 대성당의 신부로서 웅장한 성당에서 신도들의 칭송을 받으며 미사를 드리지요. 남에게 인정을 받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아무도 몰라주지만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는 지금도 고민거리지요.”

김 교수는 내년에 세계적인 지휘자 랠프 고도니 초청으로 영국 잉글리시챔버와 유럽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13번’을 공연하며, 5월엔 중국 상하이(上海)엑스포 기념 개막오페라 ‘신데렐라’, 7월엔 체코 쿠름러브재음악제 개막무대에 설 예정이다. 음악인으로서 수시로 접하는 책으론 19세기에 조지 그로부가 처음 만들고 1980년대 스탠리 사디가 재구성한 ‘뉴 그로브 딕셔너리’ 20권 시리즈와 더불어 ‘성경’을 지목했다.

2만여개의 논문과 전기를 담고 있는 ‘뉴 그로브 딕셔너리’는 그에게 재즈 악기를 포함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식창고. 한편 ‘무대에서 사랑의 노래를 엮어서 관객에게 전달하는’ 성악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그는 “‘성경’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사랑이기에 종교인으로서뿐 아니라 음악인으로서도 ‘성경’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 30대까지는 소설을 주로 읽었지만 40대 이후엔 에세이를 비롯해 전기 체험기 외에 경제·경영에 대한 교양서적들로 즐겨 읽는 책의 목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건 사랑이었네’를 비롯해 한비야씨의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었으며 서점에서도 전문분야의 종사자가 쓴 체험기나 여행기에 특히 눈이 간다고 덧붙였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