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달라지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가 그렇고 KT노조가 또한 그렇다.

현중(現重)노조는 10월23일 처음으로 연임한 오종쇄 위원장의 선도(先導) 아래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 현 12개 부서를 7실1연구소로 감량해 12월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연임과 함께 “회사에서 임금을 받지 않아야 노조 자율성이 확보되고 책임있는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온 오 위원장은 현중노조 구조조정을 한마디로 줄여 ‘고효율 저비용 체제’라고 설명했다.

KT노조도 수자원공사노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고객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석채 회장의 개혁 실험이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아온 가운데 노조 역시 조직문화 개선의 일역(一役)을 자임하고 나섰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우리는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에 대해 노동단체들이 최대의 노동 쟁점으로 부각시켜온 가운데 현중과 KT의 노조가 그 시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자구 노력을 펴는가 하면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점, 또 두 노조가 민주노총과는 이미 무관한 점을 함께 주목한다. 문화일보가 ‘달라지는 노조’를 보도한 5일, 엘리스 암스덴(정치경제학) 미 MIT대 교수는 “한국은 개도국 가운데 가정 먼저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켰고, 앞으로 글로벌 자이언트(세계의 거인)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노사 문제와 좌우(左右) 대립 등 사회갈등에 휩쓸리면 글로벌 자이언트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노사·좌우 문제와 현단계의 노동운동이 일정한 범위에서 교집합 관계에 서온 상황임을 유의하며, 암스덴 교수의 충고를 노동계, 특히 주말 7일과 8일 릴레이 집회계획을 세우고 있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부터 새겨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5일 첫 실무협의를 가진 노·사·정(勞使政) 6자 대표자회의 또한 현중·KT 노조와 암스덴 교수의 ‘실기(失機) 우려’를 주목하고 또 유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