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만능 ‘떼∼한민국’ ‘주먹’을 ‘보’로 이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10월23일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 앞에서 오종쇄(앞줄 왼쪽 두번째) 노조위원장과 김종욱(〃〃 세번째) 상무 등 임직원들이 ‘화합의 골리앗’ 현판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울산 = 김동훈기자

한국은 외국인 기업들에 있어 대표적인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중 하나다. 그 이유를 들라하면 여러가지 답이 나오겠지만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투쟁적인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의 문제다. 국제사회에 만연해 있는 한국주식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여기에 기인한 바가 크다. ‘붉은 머리띠’와 격렬한 정치적 구호, 전쟁을 방불케하는 파업시위 현장…. 이같은 대립적 노동운동은 기업의 존립뿐만 아니라 해외자본의 국내 유입을 가로막아 지역과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부담을 주게 된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국내 노사관계 지수는 각각 55위(57개국 중)와 131위(133개국 중)로 사실상 세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학계와 노동게에서는 “회사가 어찌되든 아랑곳 없이 해마다 반복되는 ‘생떼성 파업’과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한 노사문화, 노-노(勞-勞) 간 패권다툼으로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회사는 만신창이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노사관계에 있어 갈등과 대립의 개념을 상생의 관계로 만들어야 노사 선진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 투쟁적 노동운동이 여전히 득세

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노동운동도 여전히 정치적, 이념적 노선에 기반을 둔 강성 노동운동이 전개되는 등 예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특히 올들어 10월 현재 발생한 93건의 노사분규 중 86건(92.4%)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등 민노총 주도의 투쟁지향적인 노동운동이 주류를 이뤘다.

올해 노사분규의 특징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인력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목적의 파업이 많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22일부터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하면서 진행된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불법파업. 결국 77일만에 파업이 종료됐지만 노사 모두가 깊은 상처를 안게 됐다. 이 파업으로 회사가 입은 손실만 무려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새로운 노동운동 태동 조짐

노동계 일각에선 여전히 불법파업과 노사갈등이 벌어졌지만 대립적 노동운동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져 주목받고 있다. 연초에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세계적 금융위기로 어느해보다 노사간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 2월23일의 노·사·민·정 대타협, 개별 사업장에서 노사간 양보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그러했다.

특히 임금동결·삭감 등을 선언하는 사업장이 2009년 9월 현재 1552개소로 전년동기의 337개소에 비해 4.6배에 달하는 등 노사화합 분위기도 꾸준히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들어서는 KT노조, 쌍용차 노조 등이 민노총을 탈퇴하고, 현대차 지부에선 합리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노동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복수노조 허용·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문제를 놓고 정부와 노동계, 재계가 새로운 노사문화 태동과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산고를 겪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한 노동전문가는 “조합원의 실리를 우선시하는 경제적 조합주의가 갈수록 힘을 얻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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