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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바이러스제 수급부터 처방까지 그야말로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판매가 일반 약국으로 확대된 첫날인 30일 동네 병원과 약국, 환자 등은 하루 종일 허둥대야만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타미플루 배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약국을 찾은 환자들이 헛걸음만 하고 발길을 돌리는가 하면 일부 중소도시 약국은 채 하루도 안 돼 배정된 타미플루 50인분이 동나는 사태도 맞았다. 타미플루 처방 원칙이 동네 병원들에 제대로 하달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경기 지역의 한 약사는 “병원마다 처방전을 제각각 써 보내는 바람에 혼선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혀를 내둘렀다. 어떤 병원에선 타미플루가 필요한 환자에게 ‘국가비축분 처방전’을 발급해준 반면 일부 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처리가 안 되는 ‘비급여 처방전’을 발급해준 것.

이번에 공급된 타미플루는 무상으로 지급되는 국가비축분인 만큼 전량 ‘국가비축분 처방전’이 발급돼야 하지만,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일부 의사들이 엉뚱한 처방전을 끊어 준 것이다. 일부 타미플루 포장용기에 ‘국가비축분’이라는 표기가 돼 있지 않는 것도 일선 약사들의 혼선을 유발하고 있다.

경기약사회 관계자는 “일선 약국에서 처방전만 믿고 타미플루를 판매했다가는 국민들이 괜한 약값을 부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제비와 처방비만 내면 될 것을 약 5만원에 달하는 약값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국가비축분을 공급한 게 처음 있는 일이라 현장에서 혼란을 겪는 것 같다”며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설명 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타미플루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데 따른 혼란도 계속됐다. 서울 등 거점병원이 많은 대도시의 일반 약국들은 타미플루를 찾는 손님들이 많지 않아 비교적 한산했지만, 인구밀도에 비해 의·약 인프라가 취약한 일부 중소도시에선 하루도 안 돼 타미플루가 동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울산 남구와 경기 일부 중소도시의 많은 약국들이 이날 배정된 50명 분의 타미플루가 다 팔려나가는 바람에 지역 보건소에 “타미플루를 더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30일 오후 현재까지 추가 배정 계획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또 일부 지역 약국에는 이날 오전 늦게야 타미플루 배정분이 도착해 아침 일찍 약국을 찾았던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용권·채현식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