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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 고객들에게 증정하는 사은품과 경품에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 백화점 마케팅 담당자들이 그 시대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선호하는지 철저히 분석해 상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점점 ‘통 큰’ 사은품과 경품이 나타나고 있지만, ‘공짜’ 선물을 받는 고객들의 즐거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1960년대에는 백화점들이 500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설탕, 버터, 비누 등 생필품을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경품으로는 TV, 냉장고, 선풍기 등 가전제품들이 나와 인기가 높았다.

자동차 경품도 처음 등장했다. 1963년 동화백화점이 반제품으로 들여온 일본 닛산 자동차를 조립한 ‘새나라자동차’를 특등 경품으로 내걸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던 1970년대에 백화점들은 물가 상승을 감안해 1000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했다. 복주머니, 표주박 등의 민속품이나 크레파스, 왕자 기념 볼펜 등 문구용품이 주로 제공됐다.

대중소비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한 1980년대에 백화점들은 1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바캉스 캐주얼 가방, 고급 컵세트, 스카프 등 패션과 관련된 제품들을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1990년부터는 5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사은품과 경품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경품 규모도 커져서 모피, 다이아몬드 반지, 금열쇠, 에어컨 등 고가의 경품이 등장했다. 특히 90년대 중반에는 자동차가 경품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티코, 마티즈 등 소형자동차가 경품으로 제공되며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외환위기를 겪은 90년대 후반에는 처음으로 ‘아파트 한 채’가 경품으로 등장하며 ‘통 큰 경품’ 시대를 열었다. 199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공개현상 경품의 한도를 없앤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면서 동남아, 홍콩, 유럽 등 해외여행권이 경품으로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사은품으로 백화점 상품권이 주로 제공되는 가운데 레포츠를 즐기는 인구의 증가로 스키캠프·놀이공원·호텔 이용권 등 여가생활과 관련된 상품도 나타났다. 경품으로는 수입차를 비롯해 드럼세탁기와 식기세척기, 건강검진권,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상품들이 제공됐다.

가장 최근에는 ‘우주여행권’이 경품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롯데백화점은 6억원 상당의 아파트에 이어 3억5000만원짜리 우주여행권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배봉균 신세계 한국상업사박물관 과장은 “계절별, 세시풍속별, 기념일 등에 맞춰 당시 고객들에게 필요하거나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만한 것을 사은품이나 경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내건 상품을 보면 그 시대상과 고객의 선호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