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태원의 이발 장면 뒤로 1930년대 청계천변 풍경을 펼쳐낸 화가 민정기씨의 ‘청계천-구보의 이발1’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천변풍경’의 작가 박태원(1909~1987)을 그림으로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 12~15일 청계천 광장에서 개최되는 문학 그림전 ‘구보, 다시 청계천을 읽다’가 그것이다. 박태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대산문화재단과 부남미술관 주관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김범석, 김성엽, 민정기, 이인, 임만혁, 주영근, 최석운, 한생곤씨 등 8명의 화가와 소설가 윤후명씨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천변풍경’을 읽고 떠올린 이미지와 상상력을 펼쳐낸 그림 30여점이 전시된다.

이들 그림 속에는 시대를 가로지르는 청계천변의 다양한 일상들이 펼쳐지고, 이발사와 빨래하는 여인들, 포목전 주인, 여급 ‘하나꼬’ 등 소설 속 인물들이 다시 살아난다.

예를 들어 최석운씨는 빨래터와 이발소 그리고 익살스러운 포목전 주인을, 임만혁씨는 한낮 청계천변의 일상을 가볍게 포착했다. 윤후명씨는 소설 ‘천변풍경’에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겹쳐내 친근하고 생동감 있는 청계천변의 소소한 일상을 화폭 위에 담아냈다. 이인씨는 당대 최신 유행 트렌드를 보여주는 모던 보이 박태원의 초상을 통해 그를 이 시대로 불러왔다.

한편 소설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성을 담아낸 작품들도 눈에 띄는데 민정기씨는 박태원이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는 장면을 각각 1930년대 청계천 풍경, 복개작업이 한창인 모습 그리고 현재의 청계천 풍경에 배치한 세 작품을 통해 세월의 무상함, 덧없음과 영속성을 풀어냈다.

김성엽씨도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현대 도심의 스카이라인 너머에 과거의 잔상을 투영해냈다. 1930년대 청계천 주변에서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포착한 박태원의 작품이 2009년을 살아가는 화가들에 의해 그림으로 형상화되고, 이 그림이 다시 청계천 광장에서 전시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술평론가 김윤섭씨는 “청계천이라는 동일한 장소를 모티브로 80여년 시공을 초월해 연출한 서스펜스 다큐멘터리”라며 “박태원의 천재적인 재담을 그림으로 포착한 문학과 미술의 절묘한 만남”이라고 말했다.

청계천 광장의 전시가 종료된 후에도 전시는 장소를 부남미술관으로 옮겨 19~27일까지 계속된다. 전시된 그림은 전시회 개막과 함께 교보인터넷 문학미술관(gallery.kyobo.co.kr)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전시회 개막일인 12일 오후 6시부터 청계천 광장 특설 무대에서는 박태원 작품 낭독회 ‘낭독 공감’이 열린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낭독회에는 경기대 강상희 교수, 연극배우 전무송, 소설가 윤후명, 박태원의 막내딸 박은영씨 등이 참여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 박태원의 작품을 낭독하며 박태원을 추억하고 자연스럽게 종로와 청계천의 옛 모습을 회상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소설가 윤후명씨가 그린 ‘천변풍경을 읽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