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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로 접어들면서 감기 환자가 늘고 있다. 때맞춰 독감유행 시기가 가까워 오고,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에 잔뜩 예민해진 사람들이 앞다퉈 계절 독감 예방 접종을 하는 등 어느 해보다도 호흡기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와 야외활동이 늘면서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쓰쓰가무시병 등 가을철 열성 질환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이들 질환이 모두 발열과 호흡기 질환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증상이 어느 질환에 의한 것인지 헷갈려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이들 질환의 증상은 모두 감기 몸살과 비슷하지만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치료방법이나 그 대응법도 달라야 한다.

감기 호흡기에 급성 염증

감기는 비강, 인두, 후두, 기관지, 폐와 같은 호흡기에 급성 염증이 일어나는 병이다. 누구나 잘 걸리는 흔한 병이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한민수 을지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는 수천종으로 그 중 리노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코감기가 가장 흔하다”면서 “감기의 전염 경로는 대부분 호흡기를 통하며, 환자의 기도 분비물이 대기 중에 퍼져 있다가 감염되거나 손이나 입 등의 직접 접촉에 의해서도 전염된다”고 말했다.

감기에는 아직까지 특효약이란 게 없다. 감기 치료의 원칙은 대증 치료다. 말 그대로 콧물이 나면 나지 않도록 하고, 기침을 하면 기침을 줄여주고, 열이 나면 열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등 증세에 맞는 치료를 위주로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감기는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며, 평소에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 외출 후 귀가하면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하며,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독감 - 근육통·피로감 동반

흔히 독감을 심한 감기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감기와는 원인균과 병의 경과가 다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 1~5일의 잠복기를 거쳐 열, 두통, 근육통, 인후통, 마른 기침 등의 증세를 나타내는 급성 호흡기질환이다. 감기와 비슷하게 발열이 없는 호흡기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전형적으로 고열과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감기와 다른 증상으로 고열과 갑자기 발생하는 근육통, 피로감 등이 특징이다.

독감은 해마다 11월말부터 다음해 4월까지 많이 발생한다. 독감은 오소믹소 계열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돼 있어 독감에 걸리면 푹 쉬면서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따뜻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한편 기도 점액의 배출 촉진을 위해 많은 양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감은 감기와 달리 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 독감 백신은 효과가 평균 6개월 정도로, 백신을 맞고 2주 뒤부터 항체가 생기기 시작한다. 예방접종을 통해 독감에 걸리지 않는 예방효과는 보통 70~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철 열성질환 - 성묘후 피부병변+고열

가을철 3대 열성질환인 유행성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쓰쓰가무시병은 벌초, 추수기, 성묘 등이 잦은 9월부터 많이 나타난다. 유행성 출혈열의 경우 국내에선 들쥐의 70%를 차지하는 등줄쥐가 주요 감염원이며, 도시 지역의 시궁쥐, 곰쥐 등도 원인균을 갖고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집쥐와 들쥐, 족제비, 여우, 개 같은 동물의 소변으로 렙토스피라균이 배출돼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는데 노출된 피부의 상처를 통해 감염된다. 쓰쓰가무시병은 등줄쥐에 기생하는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렸을 때 리케차 쓰쓰가무시균이 침투해 걸린다. 가을철 풍토병 중 가장 흔한 질병이다.

이들 3가지 질병은 사람이 사람한테 옮기지는 않기 때문에 환자를 격리시킬 필요는 없다. 증상이 비슷해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감기 몸살이려니 하고 가볍게 생각하다가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가을철에 피부 병변을 동반한 고열, 몸살,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기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신종 플루 - 일반 감기증상 + 구토·설사

신종 플루는 감염된 사람이 기침을 할 때 나온 호흡기 분비물, 콧물 등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 또는 결막을 침입해 감염된다. 보통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전달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바이러스는 직접 입으로 전달되기보다는 바이러스가 묻어있는 손을 입이나 코에 갖다댐으로써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다. 신종 플루 위험에 노출된다고 해도 감염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면 심한 질환으로 진행되지 않고 치유될 가능성이 커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신종 플루 등 전염병의 70%는 막을 수 있어 손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예방의 시작이다. 식사를 잘하고 면역성을 높이는 음식을 섭취하면서 푹 쉬는 등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좋다.

윤희정 을지대학병원 교수는 “바이러스로 인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거나 열이 난다면 신종 플루나 계절 독감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각종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공통적인 최고의 예방법은 손씻기 등 철저한 개인 위생관리”라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